LG전자는 일명 ‘마케팅 못하는 회사’로 유명합니다. 제품의 장점은 많은데 그 점들을 잘 알리지 않고 일부 스펙만 홍보하는 ‘축소’ 마케팅 때문입니다. 그런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근에도 에피소드 하나를 기어코 만들어냈습니다. LG전자에서 최근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G6’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G6의 광고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LG전자는 “넓은 화면” “16:9″에만 초점을 잡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6의 진짜 장점은 여기 있었습니다.

“베젤을 최소화한 디스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내구성을 가진 폰이다.”

G6는 미국 국방부의 14개 테스트를 통과함으로써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 세계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은 항목에서 ‘밀리터리 스펙’을 갖췄다는 사실이 얼마 전에 알려졌습니다. 낙하테스트뿐만 아니라 저온과 고온, 습도, 진동, 일사량, 저압, 분진, 방수, 열충격, 염수 분무, 방우(防雨) 등의 테스트를 통과한 ‘무적의 폰’이었던 셈이죠. 그런데도 LG전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방부 테스트 14개를 통과하며, 전 세계 판매 스마트폰 중 가장 내구성이 좋은 폰으로 인정받았지만 이를 알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얼마 전 2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7에 출품되어 해외 매체에서 극찬을 받았던 ‘투명TV’에 대해서 언론 보도 자료를 배포 하지 않았습니다. 해외 매체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갈 뻔 했습니다. 그리고 LG전자의 노트북 ‘그램’의 무게를 940g라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922g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내가 마케팅해도 LG전자보다는 잘하겠다” 라는 네티즌들이 나오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Mashable 매체에서 뽑은 2017 CES 가장 혁신적인 제품에 꼽힌 LG전자 투명 TV. 해외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나서야 국내 언론사들이 보도했다.

과연, LG전자는 진짜 마케팅을 못하는 회사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케팅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고, 각종 광고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이슈’를 연속성있게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마케팅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LG전자는 어떻게 ‘축소’ 마케팅으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삼성전자의 ‘자신감’ 마케팅에 대비되는 ‘겸손’ 마케팅

삼성전자의 광고들을 보면 항상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품질에 있어서는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친근해지고’ 싶은 브랜드는 아닙니다.^^;; 마치 “전교1등이 또 1등 했네!” 와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가전 브랜드에서 숙명의 라이벌 관계인 LG전자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리 제품도 기술력에 있어서는 삼성 제품에 뒤지지 않으니까,
삼성처럼 기술력을 강조한 광고를 해볼까?”

하지만 결론적으로 ‘라이벌 따라하기’에 불과하고 사용자와 친근한 브랜드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 때, 번뜩였던게 바로 ‘겸손’ 마케팅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숙명의 라이벌 관계인만큼, 마케팅 역시 극과 극으로 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삼성전자가 “이렇게 좋은 걸 담았어요! 얼릉 사보세요!”라며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어필하는 자신감 마케팅을 할 때, LG는 ‘원칙을 지킨 마케팅’으로 “이런 것도 담긴 했는데요..오해하실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잘 알리지 않았어요.” 라며 겸손 마케팅을 하게 된 거죠.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당연히 광고나 홍보기사에 담겨있어야 할 내용이 네티즌이나 SNS 채널에 의해 발견되어지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죠. 그러면서 1차적으로는 “마케팅 못하는 회사네!” “LG전자, 홍보 제대로 일 안할래?” 라는 악플을 남겼지만, 확실한 건 바이럴 된 에피소드를 통해 “LG전자의 이 제품에는 이런 기능까지 있네!”를 확실히 알게 된 점입니다.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고유 세일즈 포인트)를 알리기 위해 몇 십억의 광고비를 집행하는 경쟁 가전 업체들에 비해 LG전자는 ROI(투자수익률) 좋은 마케팅으로 제품의 USP를 ‘이슈화’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나치게 겸손한 LG전자의 태도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직접 홍보에 나서게 되었다. (출처=한겨레)

커뮤니티와 네티즌들에게 ‘놀거리’를 마련해주다

마케터 대다수분들은 광고나 프로모션의 성공 기준을 ‘유명 커뮤니티 내 바이럴’로 보고 있습니다. 뽐뿌,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유명 커뮤니티 내에서 HOT이나 인기글에 올라가면 홍보에 성공했다라고 보는 거죠. LG전자의 ‘겸손’ 마케팅 에피소드들은 유명 커뮤니티 내에서 수 일동안 인기글에 올라갈 정도로 ‘핫한 글’ 입니다. LG전자를 놀리는 재미와 ‘마케팅 못하는’ 에피소드를 계속 캐나가는 시리즈 느낌이 있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LG전자의 새 제품이 출시되면 “이번에도 뭐 숨긴거 없어?” 라는 질문을 던지며 커뮤니티 회원들이 제품을 샅샅이 분석하고 먼저 사례를 찾아 ‘베스트글’에 등극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고 합니다.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의 USP를 찾게 하는 창의적인(?) 마케팅 기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크린샷 2017-03-25 오후 11.24.47

스크린샷 2017-03-25 오후 9.35.15
▲ 유명 커뮤니티에 오른 LG전자 ‘겸손’ 마케팅 사례 (출처:뽐뿌)

뿐만 아니라, 보다 못한 네티즌들은 LG전자 마케팅을 대신 해주는 ‘놀이’도 온라인상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블로거들은 “LG전자, 이번에도 겸손 마케팅 아닌가요?” 라는 글들을 올립니다. 또 ‘LG,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 트위터 계정(@LGinsteadofMKT)을 통해 LG전자 마케팅을 대신 해주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서는 LG전자 마케팅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스크린샷 2017-03-25 오후 9.42.31
▲LG전자의 새로운 제품을 보고, 겸손 마케팅이 아닌지 추측하는 글들이 블로그에 올라오기도 한다.

 

스크린샷 2017-03-25 오후 9.43.04
▲LG전자의 마케팅을 대신 해주겠다고 나선 트위터 계정 (출처:LG,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 트위터 계정)

‘진심’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마케팅 메시지 발신처를 소비자로 전향하다

LG전자 담당자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물어본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왜 노트북 ‘그램’의 무게가 실제로는 922g이지만
940g으로 홍보했나요?”

“노트북 ‘그램’의 경우 실제로는 922g이지만 소비자 분들의 저울 자체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어 ±10g 정도의 오차를 고려하여 최대 무게로 홍보 했습니다. 만약 무게를 재보셨는데 홍보된 무게보다 많이 나가면 얼마나 당황스러우시겠어요.”

LG전자 마케팅 담당자

“왜 G6가 전 세계 스마트폰 중 최고 ‘밀리터리 스펙’을 갖췄지만
이 점을 알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밀리터리 스펙이 알려지게 되면 사용자분들이 폰을 지나치게 험하게 다뤄 오래 사용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LG전자 마케팅 담당자

공급자 마인드라면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포인트들을 최대한 잘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제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G전자는 욕심 부리지 않고 ‘소비자’ 입장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제품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례는 사실 마케팅 사례에서 보기 드뭅니다. 어떻게든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품을 잘 ‘포장’해서 알려왔죠.

하지만, 이제 시대는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제품의 하자가 있어 페북에 글 하나만 올려도 바이럴이 되면서 업체의 사과를 유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만약 SNS 등이 활성화 되지 않은 10년 전에 갤럭시노트7과 같이 배터리 사고가 일어났다면, 제품 단종을 결정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이런 시대에 맞춰 LG전자는 최대한 소비자 사이드에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제품 특징만 광고 메시지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외의 장점들은 SNS를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식으로 네티즌들에 의해 ‘발견’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회사가 주장하는 메시지와 사용자(네티즌)가 실제로 내는 메시지는 진정성 측면에서 차이를 가집니다. 사용자가 내는 메시지가 훨씬 신뢰성을 가지게 되죠. 이 점을 LG전자 마케팅은 잘 활용했습니다. 회사의 진심을, 회사의 입장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말할 때, 그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잘 알았던 거죠. 

▲LG전자는 소비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면,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줄 것이라는 진심 마케팅을 선보였다. (출처=한겨례)

물론, LG 전자 마케팅팀이 진짜 일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로 승부하는 마케팅 세계에서 어찌됐든 LG전자의 제품들은 더 잘 알려지게 되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회사로 자리매김하며 대중의 호감을 이끌어냈습니다. 개인의 시대, 투명의 시대가 오면서 회사가 주도적으로 마케팅을 끌어나가는 것보다 회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제 3자’를 발굴해 메시지를 내도록 하는 것이 유효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1] 해외 매체가 깜짝 놀란 LG의 투명 TV를 우리는 왜 몰랐나?
^2] LG가 이번에는 이런 귀여운 이유로 홍보를 하지 않았다
^3] ‘신데렐라 브랜드’는 없다
^4] 엘지전자의 너무 ‘겸손한’ 마케팅

매주 월요일,
한 주간 인기있었던
브랜드 및 트렌드 포스팅을 보내드립니다.
SEE SAMPLE

지금 5,568명이 함께 보고 있습니다.

Total
17
Shares

Let's be friends!

5,568명이 함께 보는 브랜드&트렌드 글을 매주 월요일 메일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