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완독하고 덮으며 들었던 생각은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였다. 책을 둘러싼 여럿 출판인의 진심이 제목에 고스란히 담겼다. 책 한권을 두 손으로 잡고 바라보는 표지 이미지도 한 몫했다.

책 한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를 때도 있었다. 책 뒷 페이지에 여럿 이름이 나와있지만 무지하게도 각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저자와 출판사 이름 정도만 눈에 익히고 책을 덮었다. OOO 출판사에서 나온 OOO 작가가 쓴 책, 이렇게 기억하면서.

<출판하는 마음>을 읽고 나면 책을 볼 때 맨 뒷 페이지의 정보부터 보게 된다. 저자와 출판사 이름은 건너뛰고 다른 이름에 주목한다. 그 이름에는 기획을 고민한 편집자가 있고, 정체성을 부여하는 디자이너가 있고, 판매를 만드는 마케터가 있고, 형태를 만드는 제작팀장이 있다. 모두 ‘잘 팔리는 책’을 위해 달려온 이름이다.

책은 저자 혼자 짓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공동품이 들어간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책은 공동 창작물로 인정받지 못했다. 잘 팔려도, 못 팔려도 그 몫은 순전히 저자에게 돌아갔고 실패보다 성공에 더 쫑긋한 탓에 잘 팔린 책의 저자가 고스란히 조명을 받았다. 책의 인기와 작가의 명성은 비례했고 책은 작가를 상징하는 결과물이되었다. 작가 OOO이 쓴 책 XXX, 이런 식으로. 함께 결과물을 만든 출판인은 보일 틈이 없었다.

<출판하는 마음>은 출판인 이야기다. 작가 은유가 출판인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인터뷰집이다. 저자와 출판사에 가려져 있던 출판인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피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출판인을 조명한다. 역할이 돋보이고 업력이 빛난다. 미소짓게 되는 출판에 대한 이상향부터 가슴 먹먹해지는 현실적인 조언까지 그들의 목소리가 잘 버무려져 있다. 업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에서는 난 이렇게 일하고 있나 하는 반성이 들기도 한다.

▲ 출판인의 이야기를 담은 <출판하는 마음> (출처 : 알라딘)

출판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기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책이 출판되는 과정이 새겨졌다. 1인 출판사 같은 트렌드가 인기다보니 책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영업, 제작팀이 똘똘 뭉쳐 한 권의 책을 만든다. 마블의 <어벤져스>를 볼 때 느껴지던 협동심의 희열이 이 책에서 느껴진다.

주목했던 또 다른 점은 출판계의 현재 모습. 만들고 싶은 책과 대중이 원하는 책 사이의 간극, 한두달 사이에 신간이 구간이 되는 현실, 10월에 책 구매가 제일 낮아 ‘가을은 독서의 계절’ 캠페인이 생겨났다는 웃음거리, 100만 부 팔리는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탄식, 인쇄소와 제본소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가 드물다는 출판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수 년에서 수십 년을 일한 노동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거리. 그래서 보는 내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었고 안타까운 현실에 한숨도 났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그 동안 부각되지 않던 출판인의 이야기를 은유 작가의 필력으로 접할 수 있어서 보는 내내 행복했다. 이 책 역시 <쓰기의 말들> 처럼 한 페이지 넘기기 아쉬운 책이었다. 필력이 돋보이는 문장은 메모했고, 영감을 주는 문장은 되새겼다. 그 다음 읽을 은유 작가의 책으로는 <글쓰기의 최전선>을 골랐다. 다시 한번 만날 작가의 세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