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에 생긴 사운즈 한남. <매거진 B> 로 유명한 JOH COMPANY에서 만든 복합 문화 공간으로 핫플레이스다. 이곳은 일찍 알았으나, 서점이 생긴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인사이트 주는 사이트 및 개인 블로그> 포스트에 넣어두고 짬 날 때마다 들어가보는 전종현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서점 이름은 Still Books. 색다른 기획으로 화제성과 친숙한 JOH의 서점이라 단번에 호기심이 끌었다. 달라도 뭔가 다를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사운즈 한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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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즈 한남은 600평 규모로 한남동에 자리 잡고 있다. 상가와 오피스, 주거 공간이 결합된 공간. 거기에 문화 요소를 결합해 ‘복합 문화 공간’ 타이틀을 건졌다. 이미 JOH는 그들의 공간을 선보였다. 영종도 네스트 호텔, D타워, 백반집 일호식이 그들의 작품. 공간을 만지는 남다른 특기는 사람을 불렀고 영감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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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즈 한남은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앙 파티오 구조를 갖췄다. 중앙에 소규모 광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가게들이 블록형으로 들어섰다. 덕분에 획일적인 느낌보다는 입체적인 느낌이 앞선다. 빛과 회색 벽돌의 조화도 이곳의 특징. 자칫 침침할 수 있는 공간에 주황빛이 내걸리며 공간의 강약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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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광장은 뚫려 있다. 그 곳에 사람이 모인다. 건물의 주요 공간에서는 이 광장이 모두 보인다. 사람이 모여있으니 생기가 넘치고 활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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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Books(이하 스틸북스)는 광장 옆 사이드에 있다. 눈에 안띌 수 없다. 회색 벽돌과 검은색 간판이 잘 어울린다. 서점의 카테고리를 보여주는 하얀색의 입간판도 조화에 한 몫 한다. 이렇게 모아 사진을 찍으면 인스타그램 각이다. 괜히 여럿 사람이 정면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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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북스는 ‘Still Curation’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나의 테마를 잡아 책, 상품, 전시, 강연을 엮는다. 첫번째 주제는 바로 음식. 1층부터 4층까지 서점 곳곳에서 음식과 관련된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 밖에서 보면 작은 규모의 특색 있는 개인 서점 같다. 하지만 무려 4층까지 있다고 한다.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며 만나는 서점은 나름 크다. 작은 입구로 들어와 큰 세계를 접하는 느낌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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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매거진 B>. 지금까지 출간된 시리즈가 모두 있다. <매거진 B>를 처음으로 알게 된 TSUTAYA(츠타야) 편도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다시 보니 내심 반갑다. 절판되어 구하지 못한 책도 이곳에서는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매거진B>를 모으는 콜렉터들의 성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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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첫번째 큐레이션 <A MEAL OF BOOK> 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있다. 각 층별로 큐레이션이 묻어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안내문을 미리 읽고 각 층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책과 상품 전시를 엮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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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도착하면 보이는 건 ‘Still Favorites’ 이다. 한글로는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은 책’ 코너다. 카피에서 오래된 책향이 난다. 신간이 곧바로 구간이 되는 요즘, 출간되고 한 달 이내의 판매량이 거의 전부라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현실에 ‘다시’와 ‘여전히’가 주는 유효기간 연장의 느낌이 좋다. 잊혀져서 먼지 붙은 책에 새 생명을 불어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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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책마다 어떤 책인지 간략하게 설명이 붙어있다. 한 줄에 한 권의 책이 담겼다. “질병과 아픔의 사회적 원인을 묻는 한 연구자의 뜨거운 신념” “결국엔 혼자인 모든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집어들고 펼쳐보게 되는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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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있는 좋은 문장을 가져온 것도 좋다. 책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한 줄 설명에 책의 실제 문장이 섞이니 추천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관심 없던 책도 페이지를 스르르 넘겨 보게 된다. 아쉬운 건 큐레이션 주체가 ‘스틸북스 큐레이터’로 공통 표기 되어 있는 것. 가오픈 기간이라 그럴 수 있지만 큐레이터 ‘이름 석자’가 오히려 좋지 않았을까 싶다.

큐레이션 서점의 대표격인 츠타야 서점을 보면 큐레이터의 이름 뿐만 아니라 사진도 함께 걸어둔다. 여기에는 2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직원의 책임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름과 사진이 걸리니 큐레이션의 선택은 더 신중해진다. 둘째는 보편적인 큐레이션에서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츠타야 사례를 보면 직원이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뒤이어 책을 제안한다. 그 순간 ‘츠타야 서점이 추천하는 책’이 아니라 ‘SF 소설 매니아 OOO 직원이 추천하는 책’ 이 된다. 선택에 더 힘이 실린다.

작은 부분이지만 개인 브랜딩도 가능하다. 직원이 추천해주는 책이 내 취향과 닿아있네, 이 직원은 누굴까. 궁금하고 찾게 된다. 큐레이터는 전문 MD가 되기도 하고 그 분야의 준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 ‘이름 석 자’ 이기에 그 점이 없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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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Still Favorites에서 발견한 2권의 책. 한 권은 <큐레이션>, 나머지는 <책의 역습>. 관심사를 저격한 책들이다. 큐레이션은 흔해진 개념일 수 있지만 늘 궁금한 분야다. 한 번쯤 눈에 걸렸을 법한 책인데 읽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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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책은 <책의 역습>. 책, 서점 관련 책은 지나치지 못한다. 읽고 구매하고 소장한다.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고 출판 업계가 불황이라고 아우성인 시대에 책의 미래는 밝으며 확장해나가는 중이라고 주장하니 안 읽어볼 수 없다. 출판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수배 이상 크며 많은 인구가 아직도 종이 출판물을 보는 일본. 그 곳에서 출간된 ‘책’에 대한 책이라는 점이 선택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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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Favorites 섹션을 지나면 2층이 훤히 보인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과 상품에서 깔끔함이 묻어난다. 그 주위로 책을 집고 펼치고 닫는 손님들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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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북스가 내세우는 Still Curation도 동선에 걸린다. 처음 만난 큐레이션은 음식에 관한 책. 부엌의 문화사를 다른 책부터 레시피를 다룬 책까지 ‘요리’와 관련된 책을 한 곳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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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매거진 B>가 배달의 민족과 함께 만든 음식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 F> 의 치즈편이 보인다. 치즈편에 나와있는 실제 치즈들과 함께. 공간 곳곳에 스틸북스의 첫번째 테마인 ‘음식’을 심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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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큐레이션은 책과 상품의 콜라보레이션. ‘차(Tea)’와 관련된 책 매대에 실제 차 티백이 오르기도 하고 도기 세트도 판매한다. 책과 상품을 함께 전시하는 츠타야 서점의 큐레이션 방식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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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건 상품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히 있었으면 했다. 처음 본 브랜드는 검색창을 향했고 몇 차례의 스크롤이 있고 나서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서점의 주인공은 여전히 책이라서 그런걸까.

이날 근처에 있어 함께 들렀던 D&Department(이하 디앤디 파트먼트)의 상품 설명과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됐다. 디앤디 파트먼트는 각 상품마다 브랜드와 상품의 특징을 손글씨로 적어놨다. 구구절절 할 수 있지만 처음보는 브랜드와 상품에도 관심을 갖게 한다. 직접 적은 손글씨는 진심을 더하고. 책과 함께 상품도 판매하는 거라면 조금 더 친절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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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곳곳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은 책’ 섹션이 눈에 띈다. 층에 올라설 때 봤던 Still Favorites 을 그대로 가져왔다. 영역의 중복이 아닐까 싶다. 올라올 때 차마 살펴보지 못한 독자를 위함일까, 스틸북스가 고른 책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은 것일까. 층에 올라섰을 때 이미 자세히 살펴봤기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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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을 샅샅이 둘러보면 좋은 책도 걸린다. 경험상 이케아 관련 책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담는 것부터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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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 국제 도서전> 에서 만났던 브로드컬리 매거진도 있다. 멀리 있어도 강렬한 색감 덕분에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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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애정하며 살펴보는 북저널리즘 책도 있다. <도쿄의 디테일> 리포트에 큰 도움이 되었던 최한우 작가님의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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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 <쓰기의 말들> 책도 사진에 담았다. 글쓰기에 관심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 책에 대한 리뷰와 좋아서 담았던 문장 40개도 포스트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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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책 큐레이션도 볼거리 중 하나. ‘도시 여행자의 필수품’ ‘일터를 오가는 직장인들을 위한 안내서’ 등의 주제가 준비되어 있다. 다만 주제가 포괄적인 점은 아쉬웠던 점. 예를 들면 ‘일터를 오가는 직장인들을 위한 안내서’ 주제에 담길 수 있는 책은 너무 많다.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한 책,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책, 보고서 작성에 도움이 되는 책, 워라밸을 위한 지침서 등이 여기에 모두 해당한다. 차라리 더 세분화된 주제로 나누어 큐레이션의 날을 세우면 좋았을걸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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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없지만 해외 잡지를 만날 수 있는 섹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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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책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작지만 있다. 한 층에서 두 세자리 규모. 많은 휴식 공간이 있어 편하게 책을 가져와 볼 수 있는 츠타야 서점과는 다른 전략. 공간이 비좁아서 그런걸까,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라는 의도 때문일까. 운이 좋게 한 자리가 났고 몇 권 집어 잠깐 앉은 채 읽어봤다. 등 뒤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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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 시티 가이드도 스틸북스에서 만날 수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이곳에 다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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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을 살펴보고 3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보인 귀여운 사인. 스틸북스의 BI를 잘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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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을 올라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2층과 같은 Still Favorites다. 2층이 생활, 일 분야였다면 3층은 디자인, 예술 분야. 그 분야에서 스틸북스가 추천하는 책이 꽂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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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모습도 2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 상품, 독자. 삼 박자의 세심한 균형이 편안한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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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도 매대 중간마다 Still Favorites이 있다. 이 역시 2층과 동일하게 층에 올라섰을 때 전면에 보였던 섹션과 겹친다. 2층에서의 공간 학습은 이를 그냥 지나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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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서 발견한 큐레이션 중 눈길을 끌었던 건 ‘일본 건축’.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관심이 많은 탓이 크다. 건축은 기획과 실행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그래서 시작과 과정이 궁금하다. 어떤 발상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보는 것만으로 배움이 있다. 아래 사진에 담은 책들은 살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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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의 시인선도 보인다. 유유 작가의 <출판하는 마음>에 보면 이 시인선을 편집한 편집자 김민정님 이야기가 나온다. 시인을 발굴하고 단편선 제목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 은, 는, 이, 가, 을 조사를 바꿔가면서까지. 그 이야기를 접한 뒤 이 시인선을 보자 얇은 두께와 달리 두터운 고민이 전달됐다. 올해 안에는 문학동네 시인선도 전부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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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북스 굿즈도 있다. 고유의 브랜딩을 갖고자 하는 노력이다. 에코백, 노트, 마스킹 테이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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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나오며 본 3층의 모습. 많았던 사람은 저녁 식사 전후로 빠져나갔다. 사람이 빠지니 책이 더 부각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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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층을 올라가기 전 계단에서 본 밖의 모습. 광장에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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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를 때 살펴 본 안의 모습. 이렇게 매력적인 인테리어 서점은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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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은 사유, 사람 분야 책이 있다. 인문, 철학 책이 모여 있다. 다른 층과 달리 하나의 긴 테이블로 되어 있어 뻥 뚫려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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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에도 있던 Still Favor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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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북스를 둘러보며 건지고 구매한 책이 있다. 속초 동아서점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에게 말을 건다>, 일본의 북 디렉터가 본 서울의 서점 이야기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글쓰기 교과서 <공부가 되는 글쓰기> 다. 취향 한번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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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봤던 스틸북스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영감을 주는 중형 서점’을 지향하는 모습다웠다. 좋아하는 브랜드와 책을 볼 수 있었고 1층에서 4층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탐색과 독서의 분위기가 좋았다. 서가에 있는 책에 손이 향했고, 발길은 서가 앞에 머물렀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큐레이션이 맘에 걸렸다. 중복되는 큐레이션 없이 동선마다 눈길, 손길이 가는 공간이라면 어떨까, 책과 상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면 그 연결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없었을까. 이런 아쉬움이 남았다. 정식으로 오픈 했을 때 또 한번 가보려한다. 가오픈 기간의 모습만을 보고 단정 내리기에는 다소 섣부르다. 예고편에서 본편의 모든 것을 밝히지 않는 법은 아니니까.

[스틸북스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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