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도서전을 다녀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간 국제도서전은 가는 곳마다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전국 20여개의 독립서점을 모아놓았던 ‘서점의 시대’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었다. 올해도 새로 뭔가를 발견하는 마음으로 국제 도서전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느낀 점을 이곳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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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는 사람은 많지만 책을 끼고 나가는 사람은 없다. 북적이는 매대와 달리 평화로운 카운터. 빈 손으로 나가는 뻘쭘은 관람객 몫이고 팔지 못한 죄책감은 출판사 몫이다.

도서정가제의 영향이 아무래도 크다. 매대에 오른 도서의 최대 할인폭은 10%. 이 곳에서 굳이 책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10% 할인을 제공하고 심지어 문 앞까지 배달해준다. 실리를 계산한 똑똑한 관람객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거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어요? 들고가기가 좀 그래서…”

익숙해질만한 질문이지만 직원은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불안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말한다. 눈앞의 판매는 놓쳤지만 ‘결제하기’를 꼭 클릭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도서의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수만명의 관람객이 그것도 책을 좋아하는 핵심 타켓군이 집결하는 곳에서 책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성과다. 출판사는 아쉬운 마음에 구매를 하면 굿즈를 선물로 내건다. 발견에서 구매로 이어져 팔리는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쉬운 표정이 유난히 많은 도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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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저자만의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다. 저자 옆에서 편집자는 팔리는 책을 위해 조언을 하고  그 주위로 디자이너, 제작팀, 마케터가 힘을 모은다. 이번 도서전에서 유난히 눈에 걸렸던 이는 ‘편집자’다. 업의 이름을 걸고 책을 소개하는 큐레이션이 있어 신선했다. 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편집자라는 직업은 낯설지만 내걸었고 독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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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편집자가 직접 적은 한 마디. 수면 아래의 편집자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최근 <출판하는 마음> 책을 읽는 중이라 ‘편집자’ 단어에 눈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책을 만드는 조력자를 담은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이다. 편집자, 번역가, 디자이너, 마케터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었다.

책 안의  편집자는 책을 끊임 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글의 집합이 자연스럽게 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기에  ‘책’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사람. 출판물을 끼고 살며 기른 손맛으로 촉을 발휘하는 사람. 판형, 폰트, 종이 재질, 무게를 깐깐하게 살피며 가끔은 주장을 밀고 나가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편집자다.

책에서 만난 편집자가 국제 도서전에 많았다. 매대 위 책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는 손만 봐도 알 듯 했다. 편집자가 되기 위한 ‘에디터 스쿨’ 도 최근 인기라 한다. 출판의 역사는 길지만 편집자의 명성은 그에 비해 얕았다. 책과 저자의 이름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탓. 책을 함께 만든 이가 주목받는 시대에서 높은 문화성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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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도서전의 하이라이트는 ‘서점의 시대’. 전국에서 주목받는 20개의 동네 서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홍대 땡스북스, 속초 동아서점, 일산 미스터버티고, 통영 봄날의 책방 등등.

서점 주인은 직접 책을 들고 나와 독자를 만났다. 고유의 개성이 매대와 책에 묻었다. 음악 전문 서점 ‘라이너 노트’ 책에서는 음악이 흘렀고, 미스터리 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책에서는 비명이 들렸다. 전국의 독립 서점은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욕심 부려 샅샅이 살펴본 이유였다.

이어 받아 올해는 ‘잡지의 시대’를 선보였다. 다양한 주제를 담은 잡지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문학 잡지 <Littor> 브랜드 잡지 <B>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 문화 잡지 <오보이!> 등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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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서점의 시대>에 이은 <잡지의 시대>

새로운 잡지도 눈에 넣어갔다. 매호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그 도시를 즐기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nau magazine>. 지금까지 포틀랜드와 타이페이 편을 선보였다고 했다. 잡지를 보는 순간 지갑을 열 뻔 했다. 도시 모습을 이렇게 잘 담다니. 없던 사진 욕심이 다시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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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에 들었던 잡지. 포틀랜드편은 구매한 뒤 여행 계획을 세워볼 예정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 컬리>도 눈에 밟힌 잡지 중 하나. 자영업 공간을 연구한 결과물을 잡지의 형태로 담아낸다고 한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가 풀려있었다. 목차가 표지로 나와 있는 디자인이 파격적이었다.

▲ 표지에 목차가 있다는 점과 로컬숍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지난 ‘서점의 시대’와 달리 ‘잡지의 시대’는 A홀이 아닌 B홀에 있다는 점. 넓은 공간이 필요했을 법 했겠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니 발길도 따라 줄었다. 국제도서전을 오시는 분들이라면 꼭 B홀에 있는 ‘잡지의 시대’까지 보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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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기획도 접했다. 고민을 이야기하면 책을 처방해준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읽는 약국’ 이다. 읽으면 처방된다는 의미다. 책을 추천해주는 이는 신촌에 위치한 <사적인 서점> 주인이다. <사적인 서점>은 원래 책을 처방해주는 프로그램을 메인으로 운영한다. 고민을 들어주고 책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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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서점 ‘사적인 서점’이 오픈한 ‘읽는 약국’. 상담을 하면 책으로 처방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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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예고 #2018서울국제도서전 6월 20일(수)부터 24일(일)까지 서울국제도서전(@sibf2018) 기간 동안 운영되는 아주 특별한 서점 '읽는 약국'으로 놀러오세요 ☺️ 코엑스 B홀 독서 클리닉 이벤트 부스에서 즉석 책처방을 해드려요. 반가운 얼굴과 새로운 얼굴을 많이 만나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주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요 🙂 / 💊 현장 클리닉: 읽는 약국 세상에는 잘 드는 약처럼 고민을 덜어주는 책이 있습니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만한 고민에 힌트가 될 이야기가 담긴 책 33권을 준비했습니다. 요즘 어떤 고민이 있나요? "요즘 상황이 **해서, 혹은 마음이 **해서 **한 책을 읽고 싶어요"라고 말해주세요. 당신의 고민에 사적인서점이 책을 처방해 드릴게요. 처방받은 책 속에서 고민의 실마리가 되어줄 한 문장을 발견해보세요! / 💊 2018 서울국제도서전 구매 혜택 • 읽는 약국에서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새로운 책싸개를 제작했습니다. 사적인서점 부스에서 책 구매 시 도서전 한정으로 제작된 책처방 책싸개로 포장해 드립니다 • 5만원 이상 구매 시 사적인서점의 작고 가벼운 책주머니 1종을 선물로 드립니다 • 오직 동네서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민음사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 <인연>과 <달나라의 장난>을 현장에서 함께 판매합니다 / 💊 2018 서울국제도서전 • 20일(수)-22일(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 2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 24일(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코엑스 B홀 '독서클리닉' 부스를 찾아주세요 💖 (입구인 A홀로 들어오셔서 B홀까지 쭉 직진! '잡지의 시대' 오른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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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적인 서점’ 인스타그램 계정

그 동안 쌓은 상담과 책 처방의 노하우는 ‘읽는 약국’에서 발휘된다. 어떤 고민이든 잘 들어주고 거침없이 처방을 내린다. 의사가 경력을 쌓으면 명의가 되듯 책방 주인이 다독을 하자 솔로몬이 됐다. 재미있던 건 처방된 책의 표지. 책 제목을 가리고 ‘~ 하는 당신에게’ 타이틀로 바꿨다. 책을 읽어도 통 남는게 없어서 고민인 당신에게, 퇴사후 작은 책방을 꿈꾸는 당신에게, 사람에게 울고 웃는 당신에게 등등. 책 제목을 가린 채 책이 닿았으면 하는 대상을 향하자 책을 뽑아든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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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방 내려지는 책들. ‘사적인 서점’ 스타일의 책 커버가 인상적이다. 제목을 가리고 대상을 지칭하자 사람들은 책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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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싸개 포장에 대한 안내 문구. 원래 ‘사적인 서점’은 책을 구입하면 책 싸개로 포장해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서울국제도서전 용으로 새롭게 제작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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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수확도 있었다. 우선 ‘자기만의 방’ 시리즈 브랜드를 알게 된 점.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한 브랜드라고 한다. 실용적인 지식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곳. 물감으로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Merry Summer>,  페이퍼 플라워를 만들어볼 수 있는 <페이퍼 플라워를 추천합니다>, 혼자서 집수리를 뚝딱 해보는 <안 부르고 혼자 고침> 등 재미있는 책이 많았다. 탐나는 디자인의 예쁜 실용서는 오랜만이었다.

▲ ‘자기만의 방’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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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방’ 브랜드의 ‘Merry Summer’ 책. 완성된 그림이 있고 이 그림을 위해 어떤 물감으로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가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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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퍼 플라워 가이드북. 책 안에 키트가 들어있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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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세대가 늘어나면서 자취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스스로 고쳐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에 맞는 최적의 책.

들었던 또 다른 생각은 독자 참여형 도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 컬러링북이나 스크래치북 역시 독자가 직접 책에 무언가를 하는 책이었다. 색을 채우고, 긁으면서 완성해나가는 책. ‘자기만의 방’에서 발견한 미술북이나 페이퍼 플라워 북도 비슷한 흐름이다. 책은 두 갈래로 나뉘어 앞에서는 방법과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뒤에서는 독자가 색을 칠해 볼 수 있도록 두꺼운 종이에 스케치만 있다. 앞에서의 배움의 뒤에서 풀어본다. 페이퍼 플라워 북도 마찬가지. 책 안에 키트kit가 있어 바로 만들어 책상 위에 꽂아둘 수 있다. 과거의 실용서가 ‘방법’만을 담았다면 지금 뜨는 실용서는 ‘참여’까지 담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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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은 완성본, 뒤는 연습본. 독자가 참여해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놓았다.

좋은 책을 발견하는 건 국제 도서전이 갖는 전통적인 매력이다. 작년 ‘서점의 시대’ 전시전때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좋은 책을 발견했다. 대부분은 ‘읽는 약국’ 에서 나왔다. 도서전에서 발견한 도서 리스트.

– 섬에 있는 서점
–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고양이의 서재
– 삶을 바꾸는 책읽기
– 소설가의 일
– 쓰고읽다
– 물욕 없는 세계
– 작가를 짓다
–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서점, 쓰기와 관련된 책이 많다. 관심사가 그 쪽이어서 더 눈에 띄었다. 올해안에 모두 읽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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