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은 기본적인 욕심입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찾으면 우선 ‘좋아요’를 해두거나 재생목록(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합니다. 새롭게 발견한 취향이 나의 리스트에 들어옵니다. 미약한 소유욕이 발현되고 퍼즐식으로 맞춰지는 음악 취향에 완성의 재미를 느낍니다.

각자 다른 플레이 리스트는 서로가 참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대부분이 나와 잘 통하는 친한 친구라도 재생목록이 완전히 똑같은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묻습니다. “넌 어떤 노래 들어?” 그럼 친구는 스마트폰 화면에 재생목록을 띄운 뒤 건네며 말합니다. “별거 없어. 이런 노래들을 주로 들어”

친구의 재생목록을 보면서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노래의 발견입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내 취향 저격 노래. 재생목록을 살펴 보며 바로 노래를 들어봅니다. 전주만 듣고 “이거 좋은데?” 말하며 내 재생목록에 추가합니다. 음악적 확장은 결코 어렵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재생목록을 보는 것만으로 발견은 쉬워집니다.

인터넷을 하는 브라우저에서도 우리는 각자 리스트를 만듭니다. ‘즐겨찾기’가 그 주인공입니다. 자주 방문하거나 또는 방문하고 싶은 페이지를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입니다.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선망하는 지적 셀럽은 과연 어떤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두었을까. 늘 궁금한 궁금증입니다.

제 브라우저 즐겨찾기는 이전에 블로그에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인사이트 주는 사이트 및 개인 블로그> 라는 포스트 입니다. 2년간 꾸준하게 모으며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운영자의 날카로운 관점과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인사이트 가득한 포스트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발견의 빈도는 때에 따라 다릅니다. 한달에 간신히 1-2개를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운수 좋은 날에는 하루에 3-4개 사이트를 발견할 때도 있죠. 비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지만 2년이라는 긴 시간이 풍성한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사적인 개인의 리스트는 점점 다수에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시작은 역시 리스트의 생산과 소비에 가장 적극적인 음악 서비스. 떠오르고 있는 신흥 음악 강자 유튜브 뮤직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 재미있는 점은 ‘재생목록 공유’ 입니다. 내가 만든 재생목록의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 재생목록에 이름도 붙일 수 있습니다. 내가 만든 리스트를 사람들은 찾고, 듣고, 저장합니다. 나의 재생목록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공유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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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플레이 리스트. 나의 플레이 리스트를 공개 여부를 설정할 수 있다.

글로벌 이미지 소셜 서비스인 핀터레스트도 ‘리스트의 공유’가 일어납니다. 탐색을 통해 찾은 사진을 내 보드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뮤직과 같이 공개 여부를 정합니다. 공개가 되면 다른 사용자는 내 보드를 팔로잉 할 수 있습니다. 보드에 지속적으로 사진이 추가되면 팔로잉을 한 사용자도 추가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스트 자체가 페이스북 페이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핀터레스트에서 만든 내 보드의 공개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공개된 보드를 팔로우할 수 있다.

리스트는 더 넓은 곳에서 그 쓰임새를 다하고 있습니다. 소비하고 있는 모든 콘텐츠에서 리스트는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브라우저 즐겨찾기 뿐만 아니라 내가 읽은 책들은 ‘책 리스트’가 되고 봤던 영화는 ‘영화 리스트’ 가 됩니다. 먹었던 맛집의 이름은 내 ‘맛집 리스트’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를 공유해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리스트에 불과하지만 공유가 되면서 특별한 콘텐츠가 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사적인 누군가의 ‘리스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 유튜브 – 플레이 리스트

유튜브의 뮤직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 에서는 사용자가 만든 다양한 재생목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뮤직의 장점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맘에 드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재생목록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티스트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 아티스트와 연관된 재생목록이 검색 결과로 나옵니다. 해당 아티스트의 팬이 만들어놓은 재생목록입니다. 팬심이 깃든 재생목록은 아티스트의 검색결과로 활용되며 또 다른 누군가의 입덕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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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뮤직에서 아티스트 이름을 검색하면 팬들이 만든 재생목록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재생목록이 맘에 들면 ‘나의 라이브러리’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재생목록을 내 재생목록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생목록을 만든 사용자가 노래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면 내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해당 재생목록도 함께 동기화 됩니다. 한 번 생산된 재생목록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가 되면서 최신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유튜브의 재생목록을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Space Oddity (이하 스페이스 오디티) 입니다. 2017년에 시작한 뮤직 크리에이터 그룹인 그들은 늘 음악을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노래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재생을 제안합니다. 당연히 그룹의 구성원 – 스페이스 오디티에서는 ‘요원’이라는 호칭으로 부릅니다 – 은 음악에 대해 남다른 감각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자랑합니다. 이들의 재생목록이 궁금해졌습니다.

“음악적 감각이 있는 이들은 과연 어떤 음악을 들을까?”

저같이 쓸데없는 호기심을 지닌 사용자를 위해 스페이스 오디티는 유튜브를 통해 재생목록을 공개합니다. 월 단위로 그들이 선택한 노래가 올라옵니다. 오디티 스테이션(스페이스 오디티에서 매주 목요일에 발송하는 뉴스레터)을 통해 선곡한 노래에 그들이 개인적으로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하는 노래도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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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디티 2018년 5월 재생목록

새로운 노래의 발견 재미를, 저는 요즘 이곳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이 기회가 아닌면 몰랐을 좋은 노래가 이렇게나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예 플레이 리스트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업로드하는 채널도 있습니다. 얼마전 알게 된 Replay Music 채널입니다. K-POP 전문가가 직접 운영한다고 알려진 이곳에는 각 테마에 맞는 K-POP 플레이 리스트가 하나의 음악 콘텐츠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1개의 콘텐츠가 적게는 1시간, 많게는 2시간이 넘습니다. 플레이 리스트를 릴레이로 붙여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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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Replay Music’ 에서 테마별로 만들어져 있는 플레이 리스트 콘텐츠

이 밖에도 “감성충전 퇴근길 BEST 25” “아이돌 팬송모음 BEST 26” “달달한 데이트송 BEST 20” 등 다양한 테마별 플레이 리스트가 하나의 영상과 오디오로 만들어져 즐길 수 있습니다. K-POP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빛나는 순간은 잘 모르던 명곡을 발견할 때입니다. 음원 순위에 그늘져 보이지 않던 인디음악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분명 이곳에 있습니다.

# 책 리스트 – 땡스북스

또 다른 관심 리스트는 ‘책’ 입니다.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노력은 인터넷 서점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발휘되지만 누군가의 책 리스트를 엿보고 싶은 맘은 늘 있습니다. 왠지 내가 발견하지 못한 책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는 희망 때문입니다.

제가 자주 엿보는 책 리스트는 독립서점 땡스북스의 “땡스북스 셀렉션”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입니다. 우선 ‘땡스북스 셀렉션’ 입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업데이트 되고 있는 땡스북스 셀렉션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1. 금주의 땡스, 북스!
  2. 땡스, 초이스!

입니다. ‘금주의 땡스, 북스!’는 한 주간 땡스북스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즉, 베스트 셀러 차트인 셈입니다. 하지만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차트와는 성격과 구성이 살짝 다릅니다. 일반적인 베스트셀러 차트와 달리 다양한 독립 출판물이 차트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돋보이는 기획을 갖는 출판물을 이곳 차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일반사람은 모르는 나만의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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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스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는 ‘금주의 땡스, 북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묻는 주인공(와나타베)에게 기숙사 선배(나가사와)는 발자크, 단테, 조지프 콘래드, 디킨스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이 대답에 와나타베는 말합니다. “별로 현대적인 작가는 아니네요.” 그러자 선배는 대답합니다.

“그러니까 읽는 거지. 남들과 똑같은 것을 읽으면 남들과 똑같은 생각밖에 할 수 없잖아.”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책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트렌드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현 시대에 꼭 읽어야 하는 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독서가 끝나면 나가사와 말대로 남들과 ‘똑같은 것’을 읽는 것에 그치고 맙니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 읽지 않는 것’을 흡수해야합니다. 그 방법으로 저는 땡스북스의 베스트셀러를 참고하며 책을 담고, 읽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달 땡스북스에서 추천해주는 ‘땡스, 초이스!’도 책 선택의 좋은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한 주에 1권의 책을 자세히 살펴주는 ‘땡스북스 금주의 책’ 코너도 늘 함께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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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특정 주제로 여러 책을 엮어서 보여주는 ‘땡스,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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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에 1권을 자세히 리뷰하는 ‘땡스북스 금주의 책’

수 년에 걸쳐 아카이빙 되고 있는 이 모든 리스트는 땡스북스의 자산입니다. 적지 않은 리소스가 리스트를 콘텐츠로 바꾸는데 들어갑니다. 매출과 직결되는 콘텐츠도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리스트는 땡스북스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을 높이는데 큰 역할은 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201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서점의 ‘책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는 이유는 더 많은 독립 출판물이 발견되었으면 하는 진심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그들의 책 리스트를 엿보고 있습니다.

# 동네서점 리스트 –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좋은 책은 좋은 서점에서 발견됩니다. 그래서 좋은 서점을 아는 것은 좋은 책을 읽게 되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골목에 있는 동네 서점을 더 잘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문득 들어간 서점에서 인생 책을 발견하는 경험이 뜻밖에도 자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곳곳 숨어있는 작은 규모의 동네서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유용한 리스트는 “전국 동네 서점 지도” 입니다.

이 지도는 2015년 9월 독립출판물 서점 70여개 위치를 구글 지도에 점을 찍어 공개한 것으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땡스북스와 퍼니플랜이 함께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소책자로도 제작 되었다고 합니다. 이 지도에는 누구나 새로운 동네서점 정보를 추천하거나 업데이트된 정보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집단 지성으로 풀어가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과 같은 구조입니다.

뿐만 아니라, 구글 문서(Google docs)를 통해서는 동네서점의 인덱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점의 특징과 소개 문구 뿐만 아니라 와이파이 여부, 좌석 수, 영업 시간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서점이 생겼거나 기존의 책방이 폐점했다면 댓글을 통해 제보를 하고 내용을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동네서점 리스트가 모여 하나의 바이블이 된 셈입니다.

# 마치며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모으던 리스트는 공유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사적인 기록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적인 영역에 펼쳐졌습니다. 공개의 강요는 없었지만 좋은 것을 더 알리고 싶다는 ‘공유 정신’이 콘텐츠 생산자를 움직였습니다. 누적된 시간은 리스트를 풍성하게 했고 꾸준한 갱신은 리스트에 생명력을 불러넣었습니다. 리스트를 생산하고 공유를 허락한 많은 분께 감사함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각자의 리스트는 더 활발히 공유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루는 범주도 확장될 것입니다.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시청 리스트도 동네 지도 리스트와 같이 구글 문서로 만들어져 공유될 수 있습니다. 매 여행 때마다 에어비앤비를 숙소로 이용하는 사람은 도시별 추천 에어비앤비 숙소를 리스트로 만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이 모든 리스트는 공유를 통해 가치있는 콘텐츠로 재탄생 될 것 입니다.

더 나아가 상상을 더 해본다면 누군가의 리스트를 유료로 구매하는 서비스도 가능합니다. 에어비앤비를 100회 넘게 이용해본 사용자가 정리한 ‘도시별 에어비앤비 숙소 리스트’를 판매한다면 전 고민없이 바로 지갑을 열 것 같습니다. 유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시간과 경험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매력적인 유료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다음 02편에서는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는 맛집 리스트, 물건 리스트, 자취 인테리어 리스트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역시 누군가 오랜 시간에 거쳐 힘들게 모은 귀중한 자료입니다. 힘든 결정으로 세상의 빛을 본 콘텐츠가 공개의 목적에 부합하게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또 각자의 리스트가 어떻게 공유 가치를 지닌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 보는 경험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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