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4일. 생각노트 블로그를 시작한 날입니다. “생각의 단서를 기록하자” 문구를 일기장에 적으며 시작했던 생각노트 블로그가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났을 때 적었던 포스트가 있습니다. “블로그, 1년의 기록” 이라는 제목의 글이 바로 그 포스트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1년 동안 어떤 일이 있는지 기록했었습니다. 그때도 밝혔지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성과는, 블로그 글을 쓰는 것이 ‘챙겨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하루동안 떠오른 생각을 메모앱에 기록하고 하루 끝에 글로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죠. 2년을 이렇게 지내니 글을 쓰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려 우선은 키보드에 손부터 올려놓을 때도 생겼습니다. 습관이라는 말이 무섭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이번 포스트에서는 1년 이후의 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선 “블로그, 1년의 기록”이라는 글에서 밝혔던 목표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세웠던 목표는 크게 3가지였습니다.

  1. 브랜드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고 ‘적합한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에 도움
  2. 뉴스레터 구독자 4,000명 달성
  3. 활동 영역 확장 (ex. 브런치 작가, 퍼블리 저자)

우선 첫번째. 아직까지도 글의 주제를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기존 미디어에서 주목하지 않은 의미있는 브랜드 & 트렌드인지의 여부입니다. 개인 블로그의 한계는 ‘정보력’입니다. 기자가 아니기에 공식적으로 회사와 브랜드에 취재를 요청하고 그 안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습니다. 즉, 기존 미디어에서 주목하는 주제와 같다면 콘텐츠면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 확실합니다.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미디어가 주목한 주제를 다뤄 콘텐츠를 퍼블리싱 한다면 여론에 힘입어 더 많은 분께 소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키워드 검색에도 훨씬 더 잘 걸릴테고요. 하지만 이미 기존의 미디어가 잘 하고 있는 역할에 굳이 저까지 나설 필요가 있을까가 싶었습니다.

그보다는 기존의 미디어가 보고 있지 않지만 ‘엣지’ 있는 브랜드나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만의 관점으로 브랜드와 트렌드에서 느꼈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즉, 의미있는 인사이트가 담겨 있지만 마케팅과 홍보 파워가 부족해 안타깝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많은 분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런 주제가 트래픽을 높이지 못합니다. 또한 워드프레스 블로그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 검색에도 잘 걸리지 않고요. 하지만 트래픽보다는 ‘작은 주제’에 응원해주시고 함께 공감해주시는 ‘팬’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100만명의 사용자보다 100명의 팬이 낫다’. 미국 액셀레이터 ‘와이 콤비네이터’가 가장 강조하는 이 문구가 생각노트가 지향하는 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1년동안 의미있는 브랜드와 트렌드를 소개했습니다. 작은 영역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장하고 있는 단축 URL 서비스 ‘Bitly‘, 맞춤법 검사기 ‘Grammarly‘, 글로벌 코멘트 플랫폼 ‘Disqus‘를 살펴봤습니다. 또 오프라인 기반의 브랜드도 소개드렸습니다. 대전 시민의 자랑이자 로컬 비즈니스로 성장한 대전빵집 ‘성심당‘, 최대 무기인 진정성을 토대로 살림러들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플리마켓으로 성장한 ‘띵굴시장‘도 다뤘습니다.

또 쉽지 않은 분야에 도전한 곳도 다뤘습니다. 유료 텍스트 콘텐츠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PUBLY‘ , 기존 미디어 레거시를 극복하고 새로운 뉴스 서비스를 만든 ‘썰리‘, 죽어가던 종이 잡지 시대의 부활을 알린 ‘모노클‘, 50가지가 넘는 이메일 뉴스레터로 고유 팬을 모으고 있는 ‘뉴욕타임스‘ 사례도 살펴봤습니다. 앞으로도 1번 목표는 계속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비록 ‘틈새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함께 공감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번째 목표. 생각노트 블로그의 ‘팬’을 만드는 것. 1년 전 뉴스레터 구독자는 2,000명이었습니다. 그 이후 1년이 또 지난 지금의 구독자는 5,400명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5,000분이 넘는 분께 1주일에 한번씩 메일을 보내면서 혹여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아닐 지가 가장 큰 책임감입니다. 그래서 이전보다 훨씬 더 팩트체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이유이며 뉴스레터 ‘발송’을 누를 때 늘 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번째 목표. 활동 영역의 확장. “블로그, 1년의 기록” 포스트에서 이 목표를 밝히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적 자본이 되는 유료 콘텐츠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퍼블리’ 저자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이긴 했지만 퍼블리 저자 분들을 보며 늘 부족함을 깨달았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히 내공을 쌓아 언젠가 꼭 해보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감사하게도 이 목표를 생각보다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12월의 도쿄 여행은 저에게 소중한 기회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여행 도중 받았던 PUBLY의 제안, 3개월 간의 프로젝트 준비, 마침내 오픈한 <도쿄의 디테일>. 사실 준비 기간 동안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아직 때가 이른 것은 아닐까, 내가 유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익명 저자에 누가 믿고 리포트를 구매할까. 밤낮으로 고민에 설쳤고, 안한다고 연락할까, 수도 없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도 성장의 일부가 되리라는 방어기제를 갖추고 해보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 오픈 2일차, 펀딩 100%를 달성하고 이게 무슨 일일까 싶었습니다. 적지 않은 분이 제가 쓸 예정인 – 아직 리포트도 보지 못했지만요 – 리포트를 구매하신 겁니다. 이 때의 희열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예약 구매 1,000만원을 돌파하며 PUBLY의 14번째 1,000만원 프로젝트가 되었고 최종 스코어는 1,226%.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생각노트 블로그 독자 뿐만 아니라 리포트를 구매해주신 독자는 저의 이름, 나이, 학벌, 소속, 경력 등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단지 생각노트 블로그 운영자가 지금까지 어떤 글을 써 왔는지만을 봤습니다. 저의 ‘콘텐츠’ 만을 믿고 구매해주신거죠. 저는 이점이 큰 감동이었고 다시 한번 믿어주신 점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확장은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는 ‘H.o.M’ 입니다. Hooked on Medium의 줄임말로 “미디움에 빠져보자” 뜻입니다. 미디움에서 박수(좋아요) 1,000개 이상 받은 글을 읽고 소개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입니다. 저와 frankanhn이 함께 매주 1-2개의 미디움 포스트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요약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2017년 12월 말에 시작한 H.o.M은 지금까지 총 80개의 미디움 포스트를 소개했으며, 1,500분의 팔로워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H.o.M을 통해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영문 고퀄리티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습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문 아티클은 한글 아티클과 달리 의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못보고 지나치는 좋은 한글 아티클도 많지만 언어적인 문제로 접근조차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영문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있었습니다. 이에, 영문 아티클에 대한 의도적인 접근성을 갖추고자 했고, 5개월이 흐르면서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앞으로 1년의 계획

가장 큰 목표는 ‘입체적인 블로그’로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는 브랜드,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피로도는 분명 생겨날 것입니다. 또한 지속 가능성을 갖춘 콘텐츠 창작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입체적인 관점’ 이 중요하다는 것이 요즘 생각입니다.

우선은 현재의 일관된 화법에서 조금 더 다양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분석 화법(!) 으로 대부분의 블로그 글을 쓰고 있다면 더 다양한 저만의 화법을 만들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분석체로 글을 쓰다가도, 어느 순간 에세이체로 글을 쓸 수 있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최근 저의 최대 관심사는 “글쓰기”에 관한 것입니다. 더 잘 쓰고 싶고, 더 매력적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쓰기의 말들>, <읽기의 말들>, <카피 공부>, <리뷰 쓰는 법> 등의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에 대해 연구하고 저만의 새로운 화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더 많은 공유’ 입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모으고 있는 사소한 정보부터 개인블로그의 고퀄리티 콘텐츠까지 공유 가치가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생각노트 블로그에서 여전히 공유가 많이 되는 콘텐츠는 ‘인사이트 주는 사이트 및 개인 블로그’ 입니다. 콘텐츠를 작성한지 무려 1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소개시마다 많은 공유가 일어나는 콘텐츠 입니다. 단순히 제가 모아두고 있던 인터넷 즐겨찾기 리스트를 블로그 포스트로 정리한 것 뿐인데 많은 분이 좋아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책 리스트’ , 인상깊은 인사이트가 있어 ‘저장하기’를 눌러둔 ‘인터뷰 리스트’ 등에 대해서도 포스트로 만들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그 시작이 ‘일주일동안 정보를 얻는 모든 ‘소스’에 관하여 01’ 편이었습니다. 루틴하게 정보를 얻고 있는 소스에 대해 시리즈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다른 개인블로그의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일에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발견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이를 위해 뉴스레터를 시작했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 블로그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공유하면 저를 계기로 좋은 개인 블로그가 더 많이 발견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마치며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늘 관심가져주시고 방문해주시는 독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적인 기록을 쌓아나가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고 피드백을 남겨주실 때에는 창작자로서 큰 기쁨을 느낍니다. 1년 뒤에 남길 “블로그, 3년의 기록” 포스트에도 ‘지난 1년도 참 행복했었다’ 라는 말을 적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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