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MBC ‘전지적 참견시점’ 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매니저들의 거침없는 제보로 공개되는 스타의 리얼한 일상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참견 고수’의 시시콜콜한 참견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 참견드립니다’ 가 방송의 핵심 주제입니다.

 

▲ 2018년 3월 10일 MBC에서 정규 방송을 시작한 <전지적 참견 시점> (출처 : MBC 홈페이지)

이 프로그램으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코 바로 개그우먼 이영자입니다. 그녀는 스케줄 동선에 따라 매니저와 함께 ‘먹방 투어’를 하는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주며 보는 시청자의 침샘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죠?’ 라는 그녀의 질문에 ‘OO요’ 라고 매니저가 답하면 그녀는 신기하게도, 맛집과 메뉴를 바로 떠올리고 제안합니다. 거길 가면 그걸 먹어봐야 되죠, 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결국 그 식당에서 그 음식을 먹어보고나서야 끝납니다.

이런 대활약 덕분에 그녀는 ‘먹칼럼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일반적인 ‘먹방 찍는 방송인’을 넘어서, 맛과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수준급의 요리 칼럼니스트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별명입니다. 제 N의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또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판매 수치도 그녀의 추천 능력을 증명합니다. 그녀의 휴게소 맛집 방송이 나간 이후, 방송에 나왔던 음식들의 판매 수치는 모두 급증했습니다. 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먹은 ‘말죽거리 소고기 국밥’은 방송 전 주말에는 총 142그릇이 판매됐지만 방송 이후에는 582 그릇이 판매되었습니다. 안성 휴게소의 소떡(소세지와 떡 꼬치)은 방송 전에는 66개 판매됐지만 방송 이후에는 374개가 판매되면서 무려 6배 넘는 매출 상승을 거두었습니다.

▲ 한국도로공사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매출 현황 (출처 :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지금까지 맛집을 추천해주는 방송과 먹방은 많았습니다. 이제는 다소 진부한 소재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의 맛집 리스트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김치만두를 먹은 방송이 전파를 탄 그 뒷날은 하루 종일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김치만두’일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강력한 사회적 방향을 일으키고 있죠. 그녀의 맛집 리스트가 다른 맛집 추천보다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주관적인 관점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 각 음식에 대한 ‘의외의 원포인트’를 뽑아낸다

그녀가 방송에서 음식을 소개할 때 항상 하는 한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의외의 원 포인트’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김치만두를 소개할 때 그녀가 가장 먼저 처음 한 이야기는 바로 이 것이었습니다.

“그 집은 김치만두만 팔아.”

이 포인트에서 우리는 순식간에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보통의 만두가게라면 최소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같이 판매하기 마련인데 김치만두만 판매한다는 사실이 의외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 포인트덕분에  순식간에 그녀의 이야기는 ‘스토리’를 가지게 됩니다. “김치만두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김치만두만 만드는 식당에서의 김치만두”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자와 후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의 스토리에는 특별함 없는 보통의 김치만두에 불과하지만, 후자는 고기만두는 안 파는 특별한 만두가게의 김치만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스토리 덕분에 이 식당은 ‘김치만두에만 올인하는 전문적인 식당’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런 포인트는 김치만두만이 아니었습니다. 닭볶음탕을 소개할 때도 그랬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한마리, 두마리 이렇게 시키잖아요. 근데 한마리는 부족하고, 두마리는 또 많고. 근데 이 집은 ‘한마리 반’이 있어요.”

이 역시 다른 보통의 닭볶음탕 식당과 무엇이 다른지 한가지 포인트로 가장 먼저 이야기해줍니다. 호기심을 끌고 그녀의 스토리텔링에 빠져들게 되는, 그야말로 입덕(어떤 분야의 마니아가 되었다는 신조어)의 순간입니다. 

결국, 그녀의 맛집 또는 음식 소개가 지금까지의 다른 맛집 또는 음식 소개와 무엇이 다를까 했을 때 그녀는 ‘스토리’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포인트가 대중이 스토리에 빠져들게할 수 있는 장치인지, 어떤 점을 대중이 열광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스토리 텔러’ 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한 편의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다

우리가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녀의 스토리 메이킹 능력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한가지 포인트로 호기심을 끈 뒤 음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입니다. 이때부터 그녀 특유의 입담이 발휘됩니다. 실제로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또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생동감있는 표현력에 많은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음식을 머리 속에 떠올립니다. 그리고 실제 음식을 보는 순간, 기대감은 현실감과 만나게 되면서 엄청난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그녀와 매니저의 폭풍 먹방을 보면서 보는 사람 역시 배불러지는 기현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시청자 입장에서 살펴보면 그녀의 스토리에 우리는 이렇게 따라가게 됩니다.

1) 의외의 원포인트에 우리는 호기심을 갖게되고 
2) 음식에 대한 생생한 설명으로 가상의 음식을 떠올리며 기대감을 갖으며
3) 실제 음식과 먹방을 보며 기대감은 대리만족으로 변하면서 폭발적인 만족감을 가져오고
4) 음식에 대한 소감을 다시 한번 들으며 ‘나도 먹어보고 싶다’ 생각을 떠올리며

한 편의 스토리에 함께 참여합니다. 이런 적극적인 참여는 강한 기억을 남기며 현실에서 나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 이영자의 ‘선택’이 주는 힘

우리는 많은 선택이 눈앞에 주어졌을 때 ‘실패가 뒤따르는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판매자와 소비자간의 정보 비대칭을 막기 위해 솔직한 리뷰를 찾아 헤매기도 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 채널을 열어 두고 많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맛집을 찾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는 음식과 식당이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실패를 경험하는 식당을 회피하기 위해, 또는 성공적인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수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블로그를 찾아보기도 하고, 지인에게 추천을 받기도 합니다. 또는 수요미식회, 백종원의 3대 천왕와 같은 맛집 프로그램에 나온 식당을 찾아보기도 하며 미슐랭 가이드를 펼쳐들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까지 개인 연예인이 그 어떤 이해관계 없이 자신의 ‘개인적인’ 맛집 리스트를 공개한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맛집 방송은 제작진이 직접 사전에 섭외해서 방송으로 세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방송사에서는 외주 제작사에 맛집 프로그램 제작 용역을 주게 되는데 이 경우 ‘돈의 유혹’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1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에서 그녀는 직접 맛집 이름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식당의 간판이나 이름 등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가 됩니다. 다른 출연진들이 어느 식당인지 제발 가르쳐달라고 해도 가르쳐 주지 않으며, 어떻게든 찾아내는 네티즌 수사대 때문에 대기가 많아진 식당에 편히 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불편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녀가 꼽은 식당은, 정말 그녀 개인적으로 수집해 놓은 맛집이었던 것입니다.

▲ 그녀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달력 뒷면 맛집 리스트 (출처 : MBC 전지적 참견시점)

그녀의 먹장군 캐릭터와 이해관계가 없는 맛집 리스트로 인해 그녀의 추천에는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콘텐츠의 신뢰도 레벨을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일반 블로그 리뷰보다는 수요 미식회와 같은 맛집 방송이 더 믿을만하고, 맛집 방송보다는 개그우먼 이영자가 추천하는 맛집이 더 믿을만한 맛집이 된 셈입니다. 즉, 그녀의 추천 리스트는 맛집 추천 콘텐츠 중 가장 상위 레벨의 콘텐츠가 된 것입니다. 그녀가 선택한 맛집이라면 후회 없는 곳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셈이고 그 어떤 맛집 추천 콘텐츠보다 가장 높은 콘텐츠 우선순위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 ‘장인 정신’이 만드는 큐레이터 신뢰성

그녀의 선택에 힘이 실리는 또 다른 이유는 그녀가 먹는 것에 있어서 보여주는 ‘장인정신’ 때문입니다. ‘제대로’ 먹는 법을 알려주면서 그렇게 먹지 않는 이들에게는 ‘하수’라고 농담삼아 부르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이런 조언입니다.

  1. 핫도그 반죽은 얇게 해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2. 만두는 단무지 절반과 함께 먹을 때 제일 맛있다.
  3. 만두는 간장을 찍어먹는 것이 아니다.
  4. 회먹을 때 초장에 찍어먹으면 그건 초장맛으로 먹는 것이다.
  5. 돼지갈비를 양념에 버무리면서 구워라.
  6. 고기를 주물러 가면서 집게로 막 구워라.
  7. 면은 끊어 먹는 것이 아니다.
  8. 모짜렐라 핫도구에는 머스타드 소스를 뿌려야 한다.

▲ 그녀가 방송에서 선보인 고기학개론 (출처 : MBC 전지적 참견시점)

제대로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먹는 정석’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방법으로 먹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저렇게 먹으면 진짜 다른 맛일까 하는 궁금증이 유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영자식 먹는 법으로 먹어보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은 그녀가 방문했던 식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개그우먼 이영자가 선보인 핫도그별 소스 매칭을 따라해보는 소비자들

▲ 김치만두에는 단무지와 함께 먹어야 한다는 그녀의 메뉴얼을 따라해보는 소비자들.

▲ 그녀가 소개한 김치만두집의 지난 주말 상황

# 마치며

어떻게 보면, 그녀는 최고의 큐레이터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완벽하게 상대방을 설득하고 그녀의 ‘선택’을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먹칼럼니스트로 활약하게 된 포인트에서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1. 의외성을 갖는 하나의 포인트로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과 다른 ‘차별점’을 만들기
  2. 지금까지는 없었던 입담을 통한 음식 묘사, 맛 표현 등으로 독창적인 콘텐츠 만들기
  3. 큐레이션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큐레이터의 전문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선보일 그녀의 맛집 큐레이션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

1 _ MBC 시사교양국 PD 출신 김재환 감독이 선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에 의하면 지상파 방송 3사의 맛집 프로그램이 돈을 받고 연출하는 ‘광고형 맛집’을 소개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참고 : ‘TV 맛집 프로’ 고발한 영화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매주 화요일,
한 주간 인기있었던
브랜드 및 트렌드 포스팅을 보내드립니다.
SEE SAMPLE

지금 6,489명이 함께 보고 있습니다.


 

Total
378
Sha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