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돌아왔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참 따뜻해지는 영화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따뜻한 영화라는 표현이 제일 맞을 것 같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혜원은 도시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임용시험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돈은 벌지만 항상 배가 고프다. 인스턴트 따위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이다. 어쩌면 이 허기는 신체적인 배고픔이 아닌 정신적인 배고픔일 수도 있겠다. 그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래서 혜원은 원래 살던 시골로 돌아온다. 절대, 내려온다가 아닌 ‘돌아온다’ 다. 나 시골로 내려가, 에서 ‘내려가’는 왠지 패배자로 스스로를 낙인 찍고 상대방으로부터 암묵적 동의를 받는 과정 같다. 버티면 이기는 싸움에서 난 졌고, 그래서 다 포기하고 ‘내려간다’ 할 때의 그 ‘내려간다’ 다. 그래서 혜원은 ‘내려간다’가 아니라 ‘돌아왔다’ 라고 말한다. 원래 내가 있었던 자리로 온게 뭐가 이상해, 라는 식이다.

그렇게 내려온 혜원은 일년 사계절을 이곳에서 보낸다.

영화의 대부분은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독창적인 음식을 해먹는다. 배추전, 밤조림, 봄꽃 파스타, 아카시아 꽃튀김, 직접 빚은 막걸리, 곶감, 감자빵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은 일반적인 한식이 아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같은 전통적인 한식은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 만드는 장면이 나와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음식 만드는 과정을 관객이 함께 즐기게 된다. 저 재료로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구나 한다. 나는 봄꽃 파스타와 아카시아 꽃튀김이 좋았다. 먹어도 되는 건가 싶다가도 음식에 자연이 담겨 있어 좋았다. 침이 꿀꺽 넘어갈 정도로.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아래 장면이다. 돌다리를 테이블 삼아 오란 도란 친구와 나누는 대화. 밤공기에서 느낄 수 있는 선선함과 강가에서 느낄 수 있는 축축함이 장면을 보는 내내 느껴졌다. 산과 강을 둘러싸고, 자연 속에서 랜턴 하나에 의지한채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참 황홀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나는 저런 순간을 가져본적이 있던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이다.

영화는 자연을 잘 담고 있다. 한국의 사계절을 궁금해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계절의 깊이가 다른 그 어떤 영화보다 깊었다. 지금은 분명 봄이지만,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을 미리 경험해본 것처럼 말이다. 계절감을 잘 담기 위해 영화는 1년 이상을 달려왔다. 실제로 주인공은 그 계절을 모두 겪었다. 영화의 계절감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유다.

영화를 보면서 현실 자각을 할 때가 있었다. 저것도 다 돈이 있어야 하는거지 했던 순간들. 영화 중간에도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잔고가 얼마 없다며 풀이 죽은 주인공을 보며, 옆에 있던 친구가 한마디 한다. 사채는 절대 안된다고, 힘들면 언니한테 이야기하라고. 맞다. 돈이 있어야 결국 이 생활도 가능하다. 지금 혜원의 삶은 ‘잠깐’일수는 있어도 지속성을 가지진 못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잊고 바쁘게만 살아가는 혜원에게 한마디 날린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혜원은 결정의 순간이 왔음을 직감한다. 다시 도시로 갈 것인가, 아님 아예 내려올 것인가.

화면은 아름답고 음악은 차분하다. 무언가에 매달려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처방과 같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고 딱 남는 것은 없다. 교훈, 이런것도 사실 없다. 대신 영화의 본질적 역할인 ‘즐거움’을 준다. 현대의 도시인은 느끼기 힘든 즐거움이다. 자연과 함께 1년을 지내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다. 도시에 지쳐있다면, 고민에 휩싸여있다면 이 영화가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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