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를 평소에 많이 들어봤지만 책으로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무튼> 시리즈는 1인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3개의 독립 출판사가 모여 만든 시리즈다. 하나의 소재에 대해, 그 소재에 얽혀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시리즈다.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라는 책을 발견하게 된 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였다. 퇴근을 하다가 문득,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싶어지면 서점을 들른다. 평소에는 전자책으로 책을 보지만, 아쉽게도 보고 싶은 책이 전자책으로 나와있지 않은 경우에는 메모앱 책 리스트에 추가해둔다. 그리곤 나중에, 중고서점에 들렀을 때 혹시나 이 책이 있을까 하면서 책을 검색해보거나 출간일 1년 이내 칸을 중심으로 서점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눈여겨 본다.

그러다가 발견된 책이 바로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 게스트하우스와 나 역시 친숙한 관계일 수 밖에 없었다. 학생 시절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다. 그때 나에겐, 게스트하우스가 머물 수 있는 숙소 중 유일한 선택지였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사회 생활을 하는 몇 년 동안에도 여행을 갈 때면 항상 게스트하우스를 먼저 찾았다. 아무래도 사치스러운 숙소는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옷이라는 생각과 함께 언젠가 호텔 같은 곳이 가기 싫어도 갈 수 밖에 없는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젊게 살고 싶었고 젊은 친구들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매번 여행 숙소를 고를 때는 고민 없이 게스트하우스를 여행 숙소로 정했다.

이 책은 저자가 게스트하우스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단상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와 닿았던 문장이 많았다. 내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감정에 대한 공감 포인트이기도 하며 특정 순간의 특정 감정을 표현하는 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분명 나도 같은 생각을 했고, 같은 행동을 했지만 이렇게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쉬운일이 아니었다. 책 속에서 큰 울림이 있었던 부분을 발췌하면서 이 책을 리뷰하고자 한다.

“좋은 게스트 하우스를 골랐으면 이제 짐을 풀고 동네 탐험에 나설 시간이다. 편한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걸치고 지갑을 챙긴 뒤 슬리퍼에 발을 끼우는 정도가 필요한 준비의 전부다. “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인 이후 방에 들어오면 침대에 짐을 내려놓은 뒤 방을 살펴본다. 이번 방은 지난 번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하게 생겼구나, 화장실은 이렇게 생겼네, 콘센트는 다행히 침대마다 있군, 둘러본다. 물론, 방에 아무도 없을 때의 이야기이다. 방에 누군가라도 있으면 이 모든 것은 생략된다. 간단하게 서로 인사 한 뒤 어색한 침묵이 잠시 뒤따른 뒤 어디에서 왔는지 또는 다음 일정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정도로 다음 대화가 이어진다.

첫째날은 체크인을 한 뒤 짐을 푼면 오후 시간이 대부분이 흘러가기에 나 역시 책의 저자처럼 동네 탐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편한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걸친 뒤 지갑 하나만 챙긴 채 쪼리를 신고 동네탐험에 나선다. 그러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무거운 짐으로부터의 해방에서 오는 가벼움이 우선 기분을 좋게 한다. 그리고 동네 슈퍼를 가는 듯한 소소한 옷차림이 여행객에서 현지인으로 신분을 바꾸는 효과가 있다. 그 도시, 그 동네에 묻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그 때 처음으로 든다. 그래서 나도 저자처럼 게스트하우스 첫째날에는 편한 복장으로, 간소화된 짐만 지닌 채 동네 탐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내 느낌을 소름끼치게 잘 표현해준 문장이기에 간직하고 있다.

“사실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유도를 했거든. 웬만큼 하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힘이나 기술 차이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거의 승부가 결정되지. 자꾸만 실수할까 봐 겁내는 인간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세계거든.”

나의 성격에 대해 꼬집은 듯한 문장이라 기록해두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실수하는 순간이,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다. 사람인지라 어쩌다보면 실수도 하기 마련이고, 그런 점에서 인간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나는 그런 부분을 허용하지 못한다. 모든 것에 능숙한 것처럼 보여지길 원하고, 미숙한 것은 꽁꽁 숨겨두고 싶어한다. 그래서 말 한마디 뱉고나서도, 행동 하나 하고 나서도 내가 혹시 실수한 것은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쓸데 없는 긴장감이 뒷따라오기도 하고.

이 문장을 보면서 자꾸만 실수할까봐 겁내지 말고 내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것 저것 계산되지 않은 내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실수할까봐 겁내는 인간은 절대 이기지 못하더라도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이길 확률은 50%쯤은 되기 때문이다. 0%와 50%는 큰 차이다.

“문화적 제어장치를 떠나서, 정치적 올바름을 떠나서, 남의 눈이라는 감시 체계를 떠나서 나는 진짜 나의 삶을 살고 있었던 걸까?”

항상 드는 생각이다. 나는 과연 진짜 나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주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맞춰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선택의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그럴 줄 알았다’ 한 소리 듣는 것이 두려워 아무 선택도 안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말이다. 책에서 매번 이런 문구를 읽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하지만, 또 비슷한 문구를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했다. 난 다음 번 어느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을 때, 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도 잘 모르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더 털어놓기 쉬운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정말 이럴 때가 있다. 다시는 안 볼 것 같은 사람이라서 오히려 털어놓기 쉬운 이야기들.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실망감으르 주지 않을지, 나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을지 항상 고민하면서 말해야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 그리고 단지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이라는 직감이 들 때에 더 속내를 드러낼 때가 있다. 나 역시도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기에 매우 공감가는 말이었다.

“어쩌다 싱글 룸에 묵게 되면 도미토리의 그 시끌벅적함과 가벼운 불편함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저절로 생겨나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 같은 것을 그리워하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나 역시 싱글 룸을 선호하는 경우가 잦게 되었고 게스트하우스를 가도 도미토리는 웬만하면 피하게 되었다. 내가 싱글 룸을 사용할 때 들었던 생각, 느낌을 단 1줄로 너무 깔끔하게 설명이 되어있어 메모해두게 되었다. 막상 싱글 룸이 나만의 공간이라서, 이 곳에서는 뭘 해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쁜 순간은 잠시 10분이다. 그 이후에 몰려오는 적적함과 공허함은 괜히 싱글 룸을 예약했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큼 한다.

우선은 관계의 맺고 끊김이 없다. 나 혼자 있는 공간이기에 누군가와의 연결이 전혀 없다. 참 사람이 이기적인 게,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관계의 피로감을 느끼다가도 막상 혼자 있으면 관계의 공허함을 느낀다. 그래서 어쩌라고, 할 수 있지만 두가지의 상황 모두 일장 일단이 있기에 어느 하나 쉽게 선택하지도, 놓치지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를 가면 공동 공간에서 최대한 머물러 있다가 관계에 지칠 때쯤 싱글 룸으로 들어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확신하건대, 사람은 함께 사용하는 공간과 더불어 혼자만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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