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통령이 된 ‘지정 생존자’

<기묘한 이야기>로 넷플릭스에 입문했고, 더는 그것을 뛰어넘을 명작은 발견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지정 생존자>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나에게 항상 재미있는 넷플릭스를 추천해주는 지인 큐레이션에 의해 <지정 생존자>를 알게 되었다. 1화를 시작하면 적어도 4화까지는 멈출 수 없다는 그의 말에 콧방귀를 끼며 나의 자제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냈지만 1화를 시작한 나는 어느덧 3화 중반쯤을 내리 보면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2시. 시즌 통 채로 올라와, 맘만 먹으면 정주행으로 시즌 1개를 모두 끝낼 수 있도록 해준 넷플릭스의 친절한 배려 또는 고도의 시청 전략에 넘어가고 있었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이런 경험은 <기묘한 이야기> 이후 처음이었다.

<지정생존자>는 재미있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부통령, 상하원의장, 국회의원 등 국가의 서열이 한 곳에 모여 있을 경우 ‘지정 생존자’를 지정하게 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가 서열 모두의 신변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를 이끌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역할은 보통 중요도가 낮은 장관이 하게 된다. 국가 서열이 모두 모여야 하는 자리에, 없어도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택 도시 개발 장관이었던 톰 커크만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장관 중에서 제일 서열이 낮으며,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직이다. 게다가 지정 생존자로 지정되던 날, 대통령으로부터 다른 자리를 제안받으며 사실상 해임된다. 권력의 끝자락에 있던 톰 커크만은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테러로 인해 대통령에 오른다. 몇 시간만에 하위 권력자에서, 전 세계 최고 권력을 지닌 대통령이 된다. 이 설정이 <지정 생존자> 1화부터 빠져들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사실, 그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대통령이다. 게다가 비선출 대통령이기에 적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모든 이슈때마다 그는 적법성을 시험받으며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들과 맞서게 된다. 그로 인한 긴장감이 시즌1 초반에 펼쳐지는데 그 재미가 이 미드의 핵심 재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커크만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그리고 갑작스럽게 대통령을 잃은 자들이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자세가 어떤지 등이 관전 포인트이다.

또 하나. <지정 생존자>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 플롯도 새롭게 발견한 점이었다. 모든 화를 보면 이렇게 구성된다. 5~10분 남짓 새로운 위기 또는 갈등이 등장하고 30분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으며 도저히 해결되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40분쯤에 극적으로 해결방법을 찾거나 갈등이 완화되면서 45분쯤에는 좋은 결말로 끝나는 식이다.

어쩌면 기승전결이 정말 뻔한 스토리 폴롯이지만, 그리고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플롯이지만, 이 익숙한 스토리 라인에 어느덧 또 빠져들게 된다. 와, 이렇게 비극적인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풀지, 라는 궁금증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이입은 덤. 모든 화가 이렇지만 지루하지 않은 점은, 모든 화에서 새로운 이벤트가 터진다는 것이다. 그 이벤트가 새로운 사건일수도 있고, 인물 간 새로운 갈등일 수도 있다. 이렇게 꾸준한 이벤트들이 몰입감과 그 다음 화를 계속 기다려지게 한다.

이 드라마가 힘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2개의 큰 틀이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틀은 톰 커크만이 어떻게 대통령으로서 잘 해나가는지에 관한 것. 두번째 틀은 국회의사당 테러의 진범을 찾는 과정이다. 2개의 틀이, 서로 엮이기도 했다가 평행선을 걷기도 하면서 조화롭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동시에 클라이맥스로 가는 일은 거의 없다. 한쪽이 고조되면 한쪽은 자연스럽게 움츠려들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강약조절이 되면서 시청자를 계속 끌고 나간다.

<지정 생존자> 시즌1의 7화까지 시청했다. 시즌1의 일부와 시즌2가 남아있기에 후반부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100점, 그 이상을 주고 싶은 드라마이다.

그럼 이만 8화를 보러,

Let's be friends!

5,568명이 함께 보는 브랜드&트렌드 글을 매주 월요일 메일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