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먹먹해지는 책이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준 책이다. 사실 별다른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독자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낯설었다. TV와 드라마에서 보는 듯한 픽션과는 차원이 달랐다. 확실히, 내가 모르고 있던 분야였다.

<힐빌리의 노래>는 백인 노동 계층이 주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슬럼가에서 태어난 밴스라는 아이가 고군분투 끝에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며 신분상승을 하게 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주인공의 ‘고군분투’에 초점이 잡혀져 있다. 엄마의 약물 중독, 수도 없이 바뀌는 엄마의 남자들, 가정폭력과 같은 가족 공동체의 문제에서부터 지역 경제의 심각한 침체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사회 공동체의 문제까지, 주인공은 이 문제를 모두 겪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생각들을 이 곳에 기록해두고자 한다.

▲ 책 ‘힐빌리의 노래’ (출처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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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있어서, 그 누구의 성장에 있어서 ‘가정환경’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주인공의 엄마는 사실상 엄마의 자격이 없다. 가끔 주인공에게 헌신할 때가 있긴 하지만 한결같이 약물 중독에 빠져 있고, 애인은 쉴 새 없이 바뀐다. 부부싸움은 물건 부수기에서부터 시작해 가정 폭력까지 버라이어티하게 일어나고 이런 상황속에서 주인공은 ‘시한 폭탄’을 옆에 두고 있는 듯한 불안감을 느낀다.

사실, 어린 시기에는 가정과 사회가 주는 안정감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어떤 곳에 안정적으로 소속해있다는 느낌과 오로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갖춰져야 ‘꿈’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힐빌리의 가정에 살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꿈’을 꾸지 못한 채 약물에 빠지고, 가출을 시도하고, 혼전 임신 등을 하게 되는 것도 모두 환경 탓이 크다. 절대적으로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 환경이 아이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고, 우리가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들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할보(할아버지)와 할모(할머니)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언제나 중심축 역할을 해줬고 주인공을 보살펴줬으며 대학을 들어가기 전 안정적인 환경을 몇 년 동안 유지해주면서 주인공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꿈을 꿀 수 있었다. 만약 이런 기간이 없었더라면 주인공 역시 신분 상승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다른 아이들이 성장 후 그런 것처럼 힐빌리에 계속 거주하며 그들에게 있어서는 평범한 가정, 우리에게 있어서는 평범하지 않은 가정의 구성원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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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책에서는 정부의 지원들이 사실상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정책을 만든 사람들의 ‘배경’이 힐빌리가 아닌데, 어떻게 힐빌리의 가정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그에 맞는 지원 정책을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공감한다. 아마도 “이런 점이 어려울거야!” 라고 추측만 한 채 지원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정마다, 지역마다 모두 진짜 도움되는 포인트가 다를 것 같은데 정부가 하나의 ‘일원화된 정책’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것도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복지는 더 작은 단위로 나뉘어 정책이 세워지고 실행이 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방 정부 > 주 > 시 > 지역 센터, 이런 단위로 단위가 쪼개져 밑단에서 정책을 직접 만들고 실행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보건복지부가 있지만 언제나 틈은 있게 마련이다. 그 틈은 가장 작은 단위인 주민센터가 채워줘야 한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저자가 지목한 대로 ‘공동체 스스로의 개선 노력’ 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지원 정책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자체적인 개선 의지 없이 일시적인 개선에 그친다면 사실상 지원은 쓸모 없다. 공동체 스스로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이런 범죄가 당연히 되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안된다, 같은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고 스스로 개선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1970년대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이 참 성공하기 어려웠던 모델이지만 모두의 의지로 인해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사회와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아이들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 운동을 왜 해외에서 주목하고 벤치마킹까지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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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느꼈던 포인트는 ‘대부업체’에 대한 생각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했을 때 대부업체는 ‘고이율의 이자’로 인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특히나 신용불량자가 대다수인 빈민가에서 대부업체로부터의 대출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이 대부업체를 무조건 사회 악으로 간주하고 빈민가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법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더 이상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들에게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이들에게는 그 대출이 꿈을 위한 작은 기반이 될 수도 있었고 더 좋은 조건의 대출로 갈아타기 위한 중간 공백동안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들에게 아예 돈을 빌릴 수 있는 통로를 막아버리면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방법이 없기에 극단적인 방법까지 가는 것이다. 이런 포인트에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정부에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일반적인 환경에서 지내왔던 사람들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대안을 제시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저자의 말에서도 그런 점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미국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힐빌리 가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비참한 상황을 한층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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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에 대한 생각을 조금 정리해보게 되었다. 정부나 기부 단체를 통해서 기부를 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보면 얼마나 우리가 냉정하게 기부단체를 평가하고 선정해서 기부를 해야 하는지를 잘 알 수 있는데 그 책의 전제조건은 “적합한 단체를 통해 기부를 한다” 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고 난 뒤 내가 기부하는 금액이 과연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에게 진짜 도움이 될까했다. 매달 기부를 하고 있지만 이 금액이 어디에, 어떻게, 누구에게,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지금으로서 기부에 대한 무용론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본 건 ‘Direct Donation’ 이었다. 일부 연예인들이 하고 있는 기부 방법으로 정부나 기부단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특정인에게 기부금을 전달하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나도 이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맞춤형 기부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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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라고 하는 것과 인맥(사회적 자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힐림가에 살던 저자를 거들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해병대에서 4년동안 복무하고 오자 그를 이제 ‘어른’으로 대우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그가 오하이오주립대학교를 가자 더 이상 그를 빈민가의 아이로 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예일대 로스쿨로 진학을 하자 그는 신분 상승을 했고 그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에게 탄탄한 배경이 생기게 된 것이다. 사람은 똑같은 사람이지만 배경이라고 하는 것 때문에 주위의 평가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난 여기서, 과연 배경이란 무엇이길래 같은 사람을 이렇게 달리 판단하게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옳은 건지, 옳지 못한 것인지 혼동됐다. 노력으로 만들어낸 성과의 지표로 배경을 인정해줘야 되는 것인지, 아님 사람의 내면을 보지 못한 채 그 사람의 포장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는 건지 고민되었다. 이 고민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또 하나 느낀 건 인맥, 즉 사회적 자본의 힘이었다. 나도 요즘 점차 느끼고 있는 거지만 인맥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낀다. 왠만한 이직은 실력보다 인맥으로 인해 일어나고 누구를 알고 있냐, 어떤 사람과 연을 맺고 있는지에 따라 수 개월, 수 년 동안의 노력이 단 1번에 이뤄질 수 있는지도 느끼고 있다. 책에서도 저자는 예일대 로스쿨에 들어가면서 인맥이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를 새삼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전화 1통이면 면접의 기회가 생겼고, 추천서 1장이면 직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맥 관리에 서툰 내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넓고 얇은 인간관계보다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지향하기로 하면서 그 기조를 계속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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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힐빌리의 노래> 책을 보면서 하이라이트 표시를 해놓았던 문구들.

“힘 있는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의 처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우리를 도우려고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는 개인의 문제를 사회나 정부 탓으로 돌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도 날로 늘고 있다.”

“그러므로 신분 상승을 활성화하려면 상류층은 단순히 획기적인 공공 정책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상류층으로 새롭게 진출하여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보듬어줘야 할 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전문 용어지만 그 개념은 꽤 단순한데, 우리 주변의 인맥이 실질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맥이 있어야 적절한 사람과 연이 닿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중요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인맥이 없으면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은 친구들이나 동료, 멘토에게서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으리라.”

“산 넘어 산이다. 혼돈은 혼돈을 낳는다. 불안정은 불안정을 낳는다. 여기가 바로 미국의 힐빌리 가정이다.”

“주변에 한부모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거나 이웃들이 거의 빈곤층인 가난한 동네에서 살다 보면 실제로 가능성의 영역이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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