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이 앱을 아는 지, 모르는 지로 ‘옛날 사람’과 ‘요즘 사람’이 구분된다고 합니다. 앱스토어 유료앱 인기차트 1위를 5주 동안이나 지키고 있는 카메라앱, <구닥(gudak)> 이야기입니다. 구닥이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큰 인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해외 8개국서는 유료앱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 핀란드,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는 카메라&비디오 카테고리 1위에 올라있습니다. 1위에 올라있는 국가들을 모두 포함하면 17개국에 달합니다. 이 앱은 도대체 어떻길래, 옛날 사람과 요즘 사람으로 나누는 ‘기준’이 되었고 출시하자마자 글로벌리하게 큰 인기를 받게 되었을까요?

▲ 구닥의 인기를 보여주는 이미지. 8월 20일 기준으로는 42만명이 설치했다고 합니다. (출처 : 구닥 페이스북)

구닥(gudak)앱은 ‘필름 카메라’를 닮은 카메라앱입니다. 우선, 이 앱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 카메라 뷰파인더는 ‘스마트폰 액정’ 전체가 아닌 (일반적으로 카메라앱을 실행하면 이렇게 되죠 ㅎㅎ) 필름 카메라의 뷰파인더와 같이 작은 화면을 통해 피사체 확인이 가능합니다.
  • 1개의 필름으로 24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 24장을 모두 찍게 되면 1시간 뒤에 1개의 필름을 다시 받아 24장의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있습니다.
  • 더 기막힌 건, 찍은 사진은 바로 확인이 불가하며 72시간(3일)이 지나서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마치, 사진관에 인화를 맡겨두고 3-4일 뒤에 찾는 것 처럼요.

1개의 필름으로 24장의 사진 밖에 못찍고, 더 사진을 찍으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3일이 지나야 찍은 사진 확인이 가능한 ‘불편함 끝판왕’ 사진앱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42만명이 $1.09를 지불하고 다운받았습니다. (2017년 8월 20일 기준) 단순하게 계산하더라도 벌써 4억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 셈입니다. 도대체 10대, 20대들은 어떤 심리로 이 앱을 유료로 다운 받고 (모두 아시다시피, 유료로 앱을 결제하는 것은 대단히 큰 ‘의지’입니다) SNS에 ‘구닥’으로 찍은 사진임을 자발적으로 알리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전, 일본 오키나와 여행을 하기 전, 구닥 앱을 스마트폰에 탑재한 뒤 출발 할 때부터 다시 귀국할 때까지 구닥과 함께 3박 4일을 보내봤습니다. 함께 동행해 본 결과, 구닥은 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카메라앱이었습니다.

# 젊은 세대에게 아날로그는 복고가 아니라 ‘새로움’

우선, 구닥앱을 처음 사용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작은 뷰파인더로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고, 사진을 찍고 필름이 돌아가는 사운드를 들으면 추억에 잠겼습니다. 그래서 전 구닥이 유행하는 ‘복고 트렌드’의 일환으로 성공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며 ‘이땐 이랬었지!’를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면서 대화의 소재가 되는 거죠. 하지만 이 앱은 현재 10대, 20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고 게다가 아이돌이 즐겨 쓰는 카메라앱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필름 카메라를 만져보지도 못한 세대죠. 즉, ‘옛날’을 회상하면서 추억에 젖어들 수 있는 세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 과거의 일회용 필름 카메라 모습. 구닥의 작동 원리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많이 닮았다 (출처 : https://scontent-lga3-1.cdninstagram.com/)

그들에게 구닥의 아날로그 감성은 ‘새로운’ 재미고 필름 카메라 느낌의 사진은 ‘새로운’ 필터가 입혀진 사진입니다. 게다가, 24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고 1시간 뒤에 충전이 되며 3일이 지나야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는 ‘특별한 컨셉’ 이 젊은 세대에는 새로운 놀이로 다가갑니다. 즉, 아날로그의 불편했던 기능들이 지금의 디지털 세대에게는 ‘새로움’이고, 디지털 시대 속에서 ‘색다른 컨셉’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디지털 서비스로 인식되는 겁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제품들이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독특한 컨셉의 서비스로 어필 될 수 있음을 구닥이 증명했다고 생각됩니다.

▲ 과거 코닥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듯한 느낌이 나는 <구닥> 앱 (출처 : 구닥 페이스북)

# 신중하게 1장, 1장

스마트폰,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서는 사진을 생산하고, 지우는 행위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용량만 허용된다면 한 장소에서 같은 피사체를 무제한으로 찍어서 기기에 담을 수도 있고 그 중에 맘에 드는 사진만 남기고 지우는 것도 매우 자유롭습니다. 이런 디지털 시대의 자유로움은 궁극적으로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사진의 희소성은 사라지게 되었고 여행을 다녀오면 수 백장, 수 천장의 사진이 기기에 남아 정리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경우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구닥 페이스북에 올라온 코멘트 처럼 수 많은 사진이 [추억]이 되지 않고 [용량]이 되어가고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구닥으로 3박 4일간 여행 사진을 찍을 때는 달랐습니다. 구닥으로 생산할 수 있는 사진의 양이 제한되는 매우 큰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1장, 1장의 사진을 신중하게 찍게했습니다. 꼭 남기고 싶은 장면만 사진을 찍게 된 거죠. 평소라면 보이는 것마다, 기록하고 싶은 것마다 모두 사진으로 남겼을테지만 구닥은 무한 셔터 니즈에 ‘브레이크’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것들 중에서,
꼭! 찍어야 할 것들만 찍자.”

그 결과, 저는 3일동안 총 4개의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즉, 1개의 필름당 24장이니 총 96장의 사진으로 3박 4일의 여행을 기록한 셈입니다. 지금껏 여행을 가서 100장 이내로 사진을 찍어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본 300장은 넘겼고, 최대 기록은 1,000장까지도 찍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었던 여행 사진 패턴이 100장 이내로 ‘확’ 줄여진 셈이죠. 사실은 약간 불안했습니다. 나의 여행을 잘 담을 수 있을까, 괜한 모험을 하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 온 뒤, 일정 시간이 지나 찍었던 사진들을 확인하면서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제한된 자유성이 여행 기록을 컴팩트하게 만들어주었고 꼭 필요한 사진만 간직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행 사진을 따로 정리할 필요 없이 필름 별로 사진이 구닥앱 내에서 정리되었습니다. 즉, 4개의 필름만 확인하게 되면 3박 4일의 여행을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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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의 필수 코스, ‘국제 거리’를 담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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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빌리지의 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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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의 낮은 하늘

# 색다른 필터 효과와 특별한 감성이 담긴 ‘자랑거리’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gudak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10만 건 이상의 사진들이 나옵니다. 8월 25일 기준으로 42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이 앱을 유료로 결제 한 뒤 다운을 받았는데 10만 건 이상의 사진들이 나온다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 하면 4분의 1 이상의 사용자가 구닥으로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것입니다. 해시태그 이벤트를 해도 태그와 함께 사진을 올리지 않는 사용자 특성 상 이는 대단한 기록입니다.

구닥 사용자들은 필름 카메라 느낌이 입혀진 뒤 인화가 되는 것과 같은 경험으로 사진에 특별한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3일 전에 찍었던 사진을 하면서 사진 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었던 그 순간을 다시 회상하게 되는 거죠. 색다른 사진 필터 효과에 특별한 감성까지 담기게 되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뽐뿌가 오게 됩니다. 그 결과 사용자 개개인이 모두 자발적인 마케터가 되어 #gudak 해시태그와 함께 구닥으로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게 됩니다. 그 사진을 본 팔로워들은 나도 이렇게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앱스토어에서 유료 결제 후 다운로드를 받게 됩니다. 그렇게 퍼지고 퍼져 출시 한달 반만에 4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유료로 앱을 구매 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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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 카메라만이 낼 수 있는 빛 효과를 구닥에서 만날 수 있다. 공항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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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여행객 누구나 1장 씩 찍는 다는 비행기 창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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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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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셋 비치에서 썬셋을 보려고 기다렸으나 구름이 많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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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종일 풍성한 구름을 볼 수 있었던 날

#마치며

현재 iOS앱만 출시된 구닥은 안드로이드 버전을 현재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국내 점유율이 높은 안드로이드 앱까지 출시 되면 구닥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굉장히 낮은 진입장벽입니다. 벌써 비슷한 필터 효과를 주는 앱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앱이 Collar 앱입니다. 구닥처럼 필름 카메라 필터 효과를 줄 수 있는 앱으로 출시 기념으로 한시적 무료인 덕분에 현재 앱스토어 무료 인기차트 1위에 올라있습니다. 구닥의 인기로 ‘필름 카메라’ 필터의 인기가 증명되었고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는 사진 필터 앱은 앞으로도 많이 출시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 다른 문제는 반짝 뜨고 마는 ‘반짝앱’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사진 필터앱은 반짝 뜨고 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구닥 개발팀도 잘 알고 있고, 그러기에 구닥을 디벨롭해서 앱 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구닥과 같이 새롭고 재미있는 다른 앱을 만드는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업은 별도로 있는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등이 모여  1주일에 1번,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업이 밥벌이가 되지 않아야 기발한 서비스를 계속 낼 수 있기에 본업을 그만두고 이 쪽으로 전향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구닥과 같이 시험적이고, 기발한 서비스로 앱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시길 기대해봅니다.

^1] [벤처와중기]”사진 보려면 사흘 기다려라” 느리고 불편한 카메라 앱 ‘구닥’, 42만명 사로잡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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