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Week, 일명 ‘생각 주간’은 1년에 한 두 차례 1주일 동안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 한가지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생각 주간을 가지는 것으로 유명한 이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그는 자신의 저택 이외에도 1년에 두 차례씩 별장에 은둔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전략과 아이디어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다고 한다. 이 기간동안은 어느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 Disconnected 상태에서 정보기술업계 동향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담은 보고서들을 읽고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빌게이츠의 ‘생각주간’을 벤치마킹해서 (빌게이츠가 실행하는 1주일까지는 아니더라도 ㅎㅎ) 3박 4일간 춘천에서 첫 번째 생각 주간을 가졌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최적화된 고립 공간이 필요했다. (빌게이츠처럼 별장이 있는 건 아니니까 ㅠ) 그래서 찾아봤던 곳은 바로 ‘스테이폴리오’라는 서비스였다. 스테이폴리오는 “머무름 자체로 여행이 되는 곳”을 지향하는 숙박 중개 플랫폼이다. 이 곳이 남다른 이유는 일반적인 펜션, 모텔 등이 아니라 공간성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숙소를 큐레이션 해준다. 추천 해주는 공간 하나 하나가 모두 머무르고 싶은 니즈를 생기게큼 하는 곳이다. 여러 곳을 후보로 올려두었고, 최종적으로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으로 정하게 되었다.

춘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이 맘때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 처음 춘천에 오게 되었다. 춘천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면서, ITX 청춘 기차를 이용해 편리하게 갈 수 있고, 도시의 바쁨에서 벗어나 교외 도시의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이 곳에서의 1박 2일은 그 예측에 정확하게 부합했었고 바쁜 일상에 지쳐있던 나에게 휴식처 같은 도시로 다가왔다.

지난 번 여행과 동일하게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다만, 혼자만의 고립된 공간이 필요했기에 1인 숙박이 가능한 곳을 찾게 되었고 마침 그런 춘천 게스트 하우스를 스테이 폴리오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1층 라운지 겸 북카페는 1,000여권 이상의 책을 보유하고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매거진 B’를 잔뜩 보유하고 있음에, 숙소가 가지는 개성이 나의 취향과 매우 비슷하겠다는 생각에 당장 예약 했다.

여행 1주일 전부터는 ‘생각거리’들을 추리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 10년(2017-2027) 마일스톤
    • 10년 뒤, 어떤 사람으로 되어 있을까?
    • 난 어떤 사람으로 10년간 성장할 것 인가? (개인적 관점)
    • 업계에서 10년 간 어떤 가치를 창출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인가? (커리어적 관점)
    • 내가 하는 업이 사회에 의미가 있고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인가?
  • 블로그 방향성
    •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블로그가 될 것인가?
    • 사회에 의미가 있는 블로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 블로그는 어떤 모토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 2017년도의 변화
    • 2016년의 변화가 블로그 시작이었다면, 올해의 변화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도였다.

3박 4일동안 뭘 했는지를 정리해보면,

1) 매거진 B를 미친듯이 읽었다. 읽었던 브랜드들을 열거해보면

  1. Airbnb
  2. Ace Hotel
  3. Patagonia
  4. Freitag
  5. Limowa
  6. Mr Porter
  7. Helvetica
  8. Leica

이다. 이 브랜드들을 다룬 매거진 B를 보면서 오랫 동안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회에 기여하고, 책임감을 가지며, 인류적 가치를 실천하는 브랜드들이 몇 십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위 브랜드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것 Patagonia 브랜드였다. 사실 무지하게도 매거진 B를 읽기 전까지는 파타고니아 브랜드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하지만 매거진 B를 읽고 나서, 환경과 지구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기 위한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철학을 알게되면서 그에게 진심 빠졌다. 세상에 어느 기업이 새 상품을 구매하지 말고 구매했던 이전 제품을 수선해서 사용하라고 권고하겠는가.

매거진 B를 정독하면서 브랜드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브랜드를 마주하고 산다. 입고 있는 것, 보고 있는 것, 마시고 있는 것 모두 브랜드와 관련이 되어 있다. 브랜드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브랜드적 관점으로 이 브랜드가 왜 사랑받는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다. 브랜드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2) Begin Again 영화를 다시 보다.

갑작스러운 게스트하우스 내 영화 상영. 영화 제목은 ‘Begin Again’ 벌써 2번이나 본 영화였지만 볼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은 다른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봤다. 서로 대화는 없었지만 노래에 맞춰 고개를 함께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긴 어게인은 몇 번을 봤지만 봐도 봐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인 것 같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음악’으로 소통하는 영화이다. 남녀간의 사랑도, 부녀간의 갈등과 유대감도, 퇴물로 불리는 프로듀서와 이제 막 데뷔를 앞둔 가수의 묘한 감정도 모두 음악으로 표현된다. 나는 음악에 별 소질이 없지만 음악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고 음악 덕분에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넓어진 것도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와, 비긴 어게인 OST를 다시 들으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3)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마지막 날 밤, 이번 게스트하우스는 파티가 없는 게스트하우스라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 하려고 했다. 하지만 급번개로 치맥 파티를 하게 되었다. 단 6명에 불과했지만 이야기는 풍성했다. 사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한다. 이는 내가 <다큐멘터리 3일>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 내가 모르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간혹, 이런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만난지 몇 분 되지 않았지만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고 맞장구 쳐주면서 이야기는 게속 흘러갔다. 이 때 기억에 남는 말 한마디.

“간혹, 진짜 잘 모르는 낯선 사람인데
오히려 그런 사람 앞에서 내 고민 서슴없이 얘기 할 때가 있어요.”

지속적인 만남이 되지 않고 일회성에 그칠 것을 서로 알기에,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얘기를 하게 되는게 아닐까. 이를 증명하듯, 우리는 번호나 명함 교환 없이 깔끔하게 만남을 끝냈다.

4) 생각 거리들을 생각하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들고 온 생각 거리들에 대한 고민도 했다. 매거진 B에 푹 빠져 예상 했던 것보다 깊게 많이는 고민하지 못했지만 내가 내린 나의 10년 마일스톤 키워드는 “사회적 효용(Social Utility)을 높이고 가치 지향적인(Value-oriented)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나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거창할 수도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향후 10년 간의 목표다. 방법은 다양할 것 같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 같고 내가 속해 있는 업에서,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서 그 가치를 실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가치 지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는 모든 결정을 거시적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치 창출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블로그 방향성도 이와 맥을 같이하게 될 것 같다. 아직 보잘 것 없는 블로그지만 진정성 있는 글, 좋은 글은 분명 적절한 사람을 만나 발견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글이라면 분명 ‘배울 점’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학습을 통해 사회적 효용은 높아 질 수 있고 배울 점이 없는 글이라도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역할도 사회적 효용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생각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브랜드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중소브랜드를 찾아 그들이 가진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해보고 의식 있는 소비자들에게 연결시켜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마케팅력(=자본력)을 가졌는가 못가졌는가로 인해 잊혀져 버리고 마는 의미 있는 브랜드들이 많다. 그런 브랜드들을 찾아 그들의 진정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사회에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것이 이번 생각주간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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