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웹예능이 있습니다. <미스터츄>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남자 패션 모델 4명(주우재, 서홍석, 변우석, 방주호)이 도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단편 웹예능입니다. 비록 웹예능이지만 패션 모델들로만 구성되어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만들어진 경우는 <미스터츄>가 처음입니다. 시즌 3까지 제작되면서 나름의 프로그램 팬층도 형성되어 있는 편입니다.
예전만 하더라도 잡지나 런웨이쇼를 통해서만 패션모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명 ‘비하인드 스타’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TV방송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패션모델들으르 볼 수 있습니다. 모델 출신의 이종석과 김우빈은 나란히 드라마 주연을 꿰찮고 tvN의 ‘삼시세끼’ (모델 남주혁) / tvN ‘신혼일기’ (모델 안재현) / MBC ‘나혼자 산다'(모델 한혜진) 등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모델들의 활약을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며 페이스북 바이럴 콘텐츠를 휩쓸고 있는 Dingo에서는 ‘방박불가'(모델 방주호, 모델 박보성 출연) 프로그램을 통해 모델 기용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습니다.
광고 시장에도 모델들을 향한 러브콜을 날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표 코스메틱 브랜드 바이오더마는 모델 송해나를 국내 첫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또한 여성 커리어 캐주얼 브랜드 쉬즈미스는 2017년 전속모델로 모델 이현이로 결정했고 휠라 일리모는 모델 한혜진과 2017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과거 배우/스포츠 모델만을 광고 모델로 삼던 광고 시장에 ‘패션 모델’이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연예계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패션 모델’들이 이제는 어느덧 연예계의 중심으로 가고 있을까요?
인스타그램 스타에서
방송계 러브콜을 받는 스타가 되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기반의 ‘사진 SNS’입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인스타그램에서는 ‘잘 나온’ 사진이 인기를 얻게 됩니다. 패셔너블하거나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의 사진은 수 많은 좋아요를 받으면서 인기 콘텐츠가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요를 받은 콘텐츠는 인스타그램 내 ‘탐색’ 메뉴에 추천 콘텐츠로 뜨게 되고 더 많은 이용자들이 보면서 순식간에 바이럴이 됩니다.
인스타그램은 패셔니스타라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SNS 계정이 되었습니다. 패션 모델들은 인스타그램 내에서 계정을 만들고 본인들의 자원(잘생기고 예쁜 외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을 알렸습니다. 국내에서 인스타그램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모델들의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은 많아졌습니다. 패션이라고 하는 낯설고 어려운 분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패션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통해서 얻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패션 민주주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패션 모델들은 인스타그램 스타로 떠오르며 패션 모델들의 팔로워는 급속히 늘어갔고 국내외의 많은 이용자들이 한국의 패션모델들의 사진을 보면서 팬이 되었습니다.
▲ 인스타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패션 모델들 (출처 : 모델 주우재(위) 모델 정호연(아래) 인스타그램)
그렇게 패션 모델들은 인스타그램에서 고퀄리티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곤 새로운 뉴페이스를 항상 갈망하는 방송 관계자들 눈에 모델들이 눈에 띄게 됐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인기 상승과 더불어 그 안에서 패션 모델들은 자신이 가진 최대의 자원을 활용하면서 자신을 알린 결과 연예계의 중심으로 입성하게 된 겁니다.
모델 전문 대형 에이전시들이 생기며
모델 매니지먼트 사업이 자리를 잡다
국내를 대표하는 3대 연예기획사가 있는 것 처럼, 어느덧 국내 대표 3대 모델 에이전시가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바로 에스팀, YG케이플러스, 씨제스모델에디션입니다. 사실 이 중에서 에스팀(2003년 설립)은 국내 모델 에이전시의 전통 강호이자 오랜 기간동안 국내 모델 에이전시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국내 탑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에스팀에 들어가야 한다”는 모델 준비생들 사이의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에스팀은 서울패션위크의 다양한 런웨이쇼를 연출하는 사업도 함께 병행하면서 자사 소속의 모델들이 런웨이쇼를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2월에는 SM엔터네인먼트에 의해 인수되어 지금은 SM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로 있습니다.
이런 에스팀의 독주를 막은 에이전시가 바로 YG케이플러스입니다. YG케이플러스는 기존 케이플러스(2008년 설립) 모델 에이전시를 YG엔터테인먼트가 2014년 2월 인수하면서 탄생한 회사입니다. 케이플러스는 2008년 설립 이후 공격적으로 전속 모델을 넓히면서 에스팀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그 결과 전속 모델 150명을 보유하면서 에스팀과 더불어 국내 모델 에이전시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YG 케이플러스는 모델들의 엔터테인먼트화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입니다. 모회사(YG 엔터테인먼트)와도 가장 시너지를 잘 발휘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모델 커리어를 기반으로 모델들의 재능에 따라 예능, 연기, 아이돌 등으로의 복합적 역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연기에 재능이 있던 모델 남주혁, 이성경을 ‘배우형 모델’ 케이스로 만들었고 모델 활동보다 연기, 방송 등 연예인 활동이 잦아지게 되자 아예 이들을 YG엔터테인먼트로 소속을 옮기면서 모델테이너의 새로운 레퍼런스를 만들었습니다.
소속 모델들에 대한 매니지먼트사들의 역량이 높아지고 연예기획사인 모회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모델들은 다양한 연예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보를 찍고 런웨이에만 서던 모델의 전통적 역할 한계를 깨고 기존들의 연예인 역할을 가지고 와 모델들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넓혀준거죠.
국내 모델 에이전시가 2003년에 처음 설립 됐을 정도로 국내에서의 모델 매니지먼트 사업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패션 모델들이 가장 빛날 수 있는 무대인 서울패션위크도 2000년에서야 처음 만들어지며 외국의 유명한 패션쇼와는 달리 매우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국내 모델 에이전시들이 자리를 잡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다각화하면서 성공 케이스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앞으로 모델들은 연예인의 기본 조건인 ‘외모 조건’을 맘껏 활용해 연예계에서 더 많은 활동들을 할 것입니다.
신비주의 전략에서
팬들과의 소통으로 전략을 바꾸다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막연한 신비주의적 요소가 있습니다. 팬들과 항상 소통하는 연예계 스타와는 달리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잡지나 런웨이를 통해서만이 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델들도 대중 앞에서 나서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찌됐든 패션 브랜드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자신만이 고수하고 싶은 이미지가 분명 존재했고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그 사이 신인 모델들은 자신들을 알리는 수단으로 ‘소통’을 선택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Vlive,페이스북 라이브 기능을 통해 팬들과 라이브 채팅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모델 에이전시들은 최근 각자의 독자적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스팀의 경우 ‘에스팀 TV’를 통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델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메이킹하고 있습니다. YG케이플러스도 유튜브 내 ‘YG케이플러스 TV’ 채널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며 소속 모델들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네이버의 스타 라이브 방송 ‘Vlive’ 내에서도 ‘YGKPULS’ 채널 (팔로워:42만)을 운영하며 팬들과의 소통에 열심입니다. 이런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우리가 평소 궁금해하던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고 대중들의 관심과 집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오픈 전략으로 인해 모델들은 국내팬 뿐만 아니라 해외팬들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K-model 열풍을 만들고 있는거죠. 모델 남윤수는 태국의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고 모델 김선빈은 태국에서 성황리에 팬미팅을 마쳤습니다.
▲ 태국 프로그램 ‘Morning Tv Show’에 출연한 모델 남윤수
앞으로 국내 패션 모델들의 연예계 활동을 더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측면에서는 기존 아이돌/배우 중심이라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한계를 극복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매해 2차례 치뤄지고 있는 서울패션위크가 이제는 패션 관계자들의 축제가 아니라 일반 대중적인 축제로 행사 성격이 바뀌면서 ‘시민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것도 앞으로 패션 모델들이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K-wave(한류) 흐름에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봅니다.
^1] “모델테이너가 뜬다”…패션뷰티업계, 브랜드 간판으로 ‘모델’ 발탁 잇달아
^2] [엔터 비즈] YG·씨제스·SM, 모델 에이전시 왜 눈독 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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