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쌍화점 이후, 약 10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조인성의 작품 ‘더 킹’을 봤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인성 역, 박태수에 의해 이끌려 간다. 그가 검사에 도전하게 된 배경부터 검사가 된 이후 어떤 내외적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그의 독백에 의해 이끌어간다. 이 영화는 사실 불편한 대한민국의 여러 면을 비추고 있다. 우선은 공권력을 남용한 ‘권력 행사’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검사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의 관직이기 떄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검사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미운 털 하나 안 박히기 위해 그래서 접대를 하고 분위기를 맞춘다. 그리고 잘나가는 검사는 자신만의 라인을 만들게 된다. 그야말로 조직 내 ‘왕’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기존 왕은 한강식 역을 맡은 정우성이었다. 검찰 전략 3부 부장이면서 맡은 사건마다 큰 성과와 이슈를 끄는 그는 일명 ‘스타’ 검사다. 검사에 임용되면서 순수한 의도로 정의 사회를 실현하려던 박태수는 한강식 선배 검사를 보면서 권력의 맛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사는 게 진짜 검사지!” 라면서 돈,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찌든’ 검사가 되고 만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박태수는 더 큰 욕심을 낸다. 그는 자신의 뒷일을 봐주던 조폭 친구 최두일과 함께 ‘왕’에 도전한다. 최두일은 박태수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강남 조폭 세계를 평정한다. 그러다 정권교체에 라인을 잘못탄 한강식 부장 검사는 위기를 겪게 되고 최두일의 세력 확장과 한강식 검사를 엮으려는 내부 감찰부와 언론에 의해 한강식 검사는 박태수와 최두일을 ‘팽’하고 만다. 한 순간이었다.

사람의 욕심은 참 끝이 없다. 한강식 검사 옆에서 모든 것을 가진 무소불위 검사가 되었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욕심이 과해, 탈이 나고 만 것이다. 욕심이 얼마나 사람을 망가트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한 순간에 몇 년간 같이 데리고 있던 부하들을 팽하는 한강식 검사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 좀 안쓰러웠다. 매 순간, 매 번 자신이 잘못되지는 않을지 초조하게 긴장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권력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신기했던 건 정권 교체 이슈가 검사 내부에서는 핫 이슈라는 점이었다. 보수가 정권을 잡느냐, 진보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내부 라인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과 정치권이 저렇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겠지만 요즘 같아서는 이런 상황이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하긴, 최근 정부 조직의 각계 각처들이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 대선주자들을 만나려고 그렇게 애를 쓴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의 조직을 사수하기 위해 조직의 존재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더 킹에 나온 모습과 지금 현실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박태수는 개과천선한다. 내부 고발자가 되어 검찰의 현실을 까발린다. 그리곤 본인은 정치판에 뛰어든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하면서 그는 검찰 개혁과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명분을 가진 채 대중들에게 호감 받는 정치인에 도전한다. 한 순간에 ‘팽’ 당했다가 다시 기가막힌 스토리텔링으로 ‘왕’ 자리에 오르려는 박태수의 모습을 보면서 “정치란 복수하는 것” 이라는 한강식 부장검사의 말이 생각났다. 복수가 그를 변하게 만들었고 한강식 검사를 나락으로 털어트렸다. 

이 영화에서 기억나는 대사 중에 하나는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이다. 매번 언론 플레이가 그렇게 되고 있지만 우리 대중은 결국 또 이 법칙에 속고만다. 그래서 항상 이슈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연예 스캔들과 같은 가십거리에 대해서는 항상 경계해야 하고, 잊혀지고 있는 이슈는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물론 홍보&마케팅 전문가 입장에서 이 법칙은 꽤나 매력적이고 전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