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후를 다녀온 뒤, 텐진 지하 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지하로 들어섰다.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하 상가 같은 디자인이 아니라 뭔가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느낌이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바로 보이는 곳, 바로 텐진 지하 상가였다.

텐진 지하 거리에는 수 많은 상점들이 있었다. 패션/잡화/빵집 등등. 사실 이 곳은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쇼핑 장소일지 모르지만 남자들에게는 다소 재미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남자들이 구경할 만한 가게들이 많이 없다. 이 중에서 내가 발견한 문구잡화점. 완전 내 취향을 저격하는 가게였다. 

온갖 문구류들을 판매하는 Futura 라는 가게였다. 이 곳에서 구경을 하느라 자세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심플한 문구류들이 굉장히 많았다. 언제나 계속 수집하고 싶은 LAMY 만년필부터 시작해서 수첩, 펜 등등. 이 곳의 온갖 문구류들 중에서도 나의 취향을 제일 저격한 것은 바로 필통이었다.

지금 봐도 참 예쁘다. 이 필통 중에서 내가 고민했던 컬러는 블랙과 베이지 색상이였다. 실제로 직원에게 어떤 컬러의 필통이 제일 잘 나가는지 물어봤더니 2가지 색상이라고 했다.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똑같다. 다만 블랙의 경우에는 지금 보이는 견본상품만 재고로 남아있어 이걸 구매하기에는 약간 찝찝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필통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해봤겠는가. 새 상품을 구매하고 싶던 나는 베이지 색상을 달라고 했고, 그 결과 지금 내 책상 위에 놓여져 있다.

텐진 지하 상가를 돌아다닐 때가 사실 점심때였다. 다자이후에서 큰 갈등이 있었다. “밥을 다자이후에서 먹고 갈까? 아니면 왕만두를 먹었으니 텐진으로 가서 먹을까?” 라는 고민이었다. 결국 텐진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다자이후에서 재빨리 출발해서 왔다. 하지만 텐진으로 와서도 마땅히 점심을 먹을 곳이 없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군침을 흘리게 한 모형 음식이 있었으니…

왕새우의 크기가 정말 압도적이었다. 가격은 우리 나라 돈으로 1만 1천원 정도. 이걸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대기를 해야 한다는 점과 너무 비싸다는 점으로 인해 지나치게 되었다. 

텐진역에서 쭉 지하로 걸어가다보면 LOFT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나온다. LOFT라는 곳을 작년 12월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 처음 가보게 되었다. 그 때 정말 사고 싶은 물품들이 정말 많았었다. 아기자기 한 것도 정말 많았고 특히나 아이디어 상품들이 많아서 그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그래서 이번 후쿠오카 여행을 준비했을 때도 LOFT가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고, 매장이 있다는 사실에 쾌거를 부르게 되었다. 

텐진 LOFT 앞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LOFT 쇼핑은 ‘망’했다. 오사카 LOFT를 갔을 때랑 약간 달랐다. 오사카 LOFT 같은 경우는 문구류가 아기자기한게 많았고 프리미엄급이 많았는데 여기는 그냥 ‘다이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 LOFT에서 건진 건 하나 있었다. 바로 LOFT LOFE LOG TOOL이라는 상품이었다.

LOFT LIFE LOG TOOL은 LOFT에서 나온 2016 다이어리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다이어리는 1년의 기간동안 전체적인 나의 일상을 적을 수 있는 다이어리라고 생각할텐데… 이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듯한 다이어리였다. 이 곳의 다이어리는 나의 취미와 관심사에 따라 세세하게 세그먼트를 나누어서 각 취미/관심사/취향별로 다이어리가 별도로 존재했다.

나의 라이프 로그를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 툴

진짜 별의 별 항목의 다이어리들이 있었다.

“와 이런 다이어리도 있어!”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세분화된 주제들로 다이어리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심지어 내가 먹는 빵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도 있었고, 네일을 관리받은 일지를 기록하는 다이어리도 있었다. 만약 나의 취미가 5개 정도라면 이 5개를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가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나의 삶을 그대로 기록남길 수 있는 툴인셈이었다.

내가 먹은 빵을 기록하는 다이어리
기르고 있는 강아지를 기록하는 강아지 다이어리

 이 아이템을 보면서 “니치 마켓”의 가능성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개인들은 점차 다양해질것이고, 같은 사람이 있을수가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1개 포맷의 다이어리로 모든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불가능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떠한 변화없이 단일화된 포맷으로 모든 사용자를 잡겠다는 접근은 변화에 느리다는 생각도 동시에 오만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양화해지고 있고 이에 맞춰 상품들도 맞춰 나가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듈화 전략의 승산도 살짝 보게 되었다.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내 앞에 놓여진 수 십가지이의 다이어리들 중 특정한 다이어리 몇 개를 선택하면 된다. 그 다이어리들의 조합이 결국 ‘나’다. 그리고 ‘나’의 모습은 변할 수 있다. 새로운 취미가 생기면 새로운 모듈이 나의 삶에 장착된다. 이와 반대로 관심이 사그라지는 것들은 나의 삶에서 이탈된다. 결국 인생은 모듈화된 삶이 된 것이다. 과거처럼 모두가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음악을 듣던게 아니라 이제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굉장히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살 수 있기에 모듈화되어 가는 것이 맞다. 점차 모든 상품들이 모듈화로 바뀌게 될 것이며 모듈화의 대표적인 상품이 디지털 재화로는 아직 없기에 이 기회를 노려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