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특정 브랜드만으로도 물건을 구매할 때가 있었다. “이 브랜드는 믿고 살 수 있어!” “이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면 뭔가 우월해지는 느낌이야!” 등 브랜드를 무한신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1980년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야말로 브랜드의 전성기였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해외 브랜드들의 품질이나 스토리를 따지는 게 아니라 ‘유명한 외국 브랜드’라는 사실만으로 집중 받았고 매출이 급등했다. 이러던 브랜드의 힘은 영원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하게도 ‘브랜드’의 시대는 가고 있고 ‘제품’의 시대가 오고 있다.

작년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만드는 보조 배터리, 웨어러블 밴드, 체중계, 공기 청정기 등이 국내에서 엄청 팔렸다. 심지어 보조 배터리의 경우는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가성비 최고의 제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예전이라면 중국산 브랜드, 그리고 Made In China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받았을 브랜드의 제품이 의외로 불티나게 팔리게 된 것이다. 높은 품질, 심플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 등의 요인들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브랜드보다 ‘제품’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고 ‘제품’이 괜찮다면 ‘브랜드의 힘’이 없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물론 누군가 도전적으로 먼저 구매를 도전했고 리뷰를 남겼고 긍정적인 리뷰를 남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중국산 브랜드 그리고 모르는 브랜드에 대한 구매 허들이 사라지긴 했다. 그렇다손치더라도, 중국산 브랜드가 국내산 브랜드를 제치고 모든 면에서 우위를 가지며 판매 순위를 올라간 점에 대해서는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플리마켓’의 유행을 들 수 있다. 작년부터 유명한 Street들 중심으로 플리마켓이 퍼지게 되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태원의 ‘계단장’이 대표적인 플리마켓이다. 플리마켓은 유명한 브랜드가 아닌 만든 사람과 제품만으로 어필하는 공간이다. 어떻게 보면 ‘퍼스널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명함을 내밀었을 때 알만한 퍼스널 브랜드를 플리마켓에서 만나기는 힘들다. 플리마켓이 유행하는 이유는 불황 속에서 작은 사치를 누리기 위함도 있지만 제품을 만든 사람을 직접 만난다는 점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브랜드의 제품들은 만나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이 대량 공장 생산이거나 외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이런 것보다 만나는 사람과 한 마디 나누면서 교감을 하고 제품 본질에 집중하면서 제품이 좋으면 당연하게 지갑을 열게 되었다.

브랜드의 힘은 유통업에서도 지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각 유통업체별 PB상품 전쟁이 그 예이다. 작년 CU편의점에서 가장 잘 판린 상품은 의외로 유명한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이 아닌 자사 PB제품 ‘CU 콘소매 팝콘’이었다. 다른 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양, 뒤떨어지지 않는 맛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이마트의 경우에는 PB 라인 이름을 아예 ‘No Brand’라고 정했다. 브랜드의 힘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소모적인 비용을 줄이고 이 비용을 맛과 양, 품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No Brand 제품을 먹어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만족하며 재구매 하고 있다. 그럼 브랜드의 시대는 가고 제품의 시대가 오는 지금,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욱더 다양한 취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A,B,C,D 라는 선택지 내에서 소비자들 대부분의 니즈를 충족시킬수 있었다면 이제는 A,A-1,A-2…B,B-1,B-2.. 등으로 더 세분화되고 롱테일해지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집안의 냉장고가 다 비슷비슷 했다면 이제는 아니다. 오히려 똑같은 냉장고를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제는 더 이상 브랜드의 힘만으로는 이 모든 취향을 반영할 수가 없다. 아무리 브랜드가 좋더라도 나의 취향에 적합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제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을 만들어 브랜드 이름만 딱 붙여둔다고 저절로 판매되는 세상이 더 이상 아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문형 생산방식’의 제조형태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주문형 생산방식으로 유명한 컴퓨터 제조 업체 Dell은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컴퓨터 조립시장에 주문형 생산방식이라는 시스템으로 대응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얼마 전 테슬라가 발표한 ‘모델3’의 선 예약제도가 제조업의 좋은 레퍼런스가 되리라 생각된다. 시제품을 만들어보거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제품디자인을 가상으로 구현해보고 이 결과물을 토대로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반응이 좋고 최소 생산 수량에 달성하게 되면 선 예약 건 부터 상용화 출시를 할 수 있도록 제조 설비와 인력 리소스를 배치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힘만 믿고 무작정 제품을 많이 생산한 결과 재고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되게 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다.

비슷한 대응으로는 카카오가 진행하고 있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서비스가 있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는 “낭비없는 생산과 가치있는 소비”를 지향하며 만들어졌다. 주문 제작 방식으로 소비자와 상품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커머스 플랫폼을 오픈한 것이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는 매주 화요일마다 시제품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선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 최소 수량이 달성되게 되면 실제 제작으로 이어져 시간이 얼마 흐른 뒤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 이 역시 브랜드의 힘보다는 제품의 힘에 집중한 것이다. 브랜드의 힘을 믿는다면 우리는 즉시 구매를 원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입고 싶고, 신고 싶다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브랜드보다 누가 만들었고, 어떤 제품이냐를 먼저 보게 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 기다릴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제품이 아니라 제한된 수량의 제품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우월감도 알게 모르게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테슬라 사례처럼 불필요한 재고비용, 마케팅비용을 빼서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소비자는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무조건 브랜드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 지인의 리뷰, 품질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면서 소비를 한다. 점차 똑똑해져가는 소비자 앞에서 브랜드의 힘만 믿고 자신만만 했다가는 큰 코를 다친다. 지금까지 사라져간 많은 제조업과 유통업들이 그러했었다. 의식주의 경우에는 주문형 생산방식이 힘들고 영역이 제한적이겠지만 이외의 구매행위들은 ‘주문형 생산방식’이 가능하다. 그리고 주문형 생산방식으로 인해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더 몰리게 될 것이다. 브랜드는 제품보다 우선할 수 없다.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에 있어서 제품 본연의 것이 어느것보다도 우선이어야 한다. 그런 시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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