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인쇄소 골목에는 ‘청년장사꾼’이 만든 가게들이 있다. 일명 ‘용산 열정도’. 열정이 가득한 섬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 거리는 청년 장사꾼 대표 김윤규(30) 김연석(35) 두 대표가 2014년 11월 장사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모아 동시에 6개 가게를 오픈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10개 남짓의 가게에서 자영업자를 꿈꾸는 전국 각지의 청년들이 올라와 일하고 있는 골목이기도 하다.

청년장사꾼 소속의 가게들은 매일 가게를 오픈하기 전 서로 모여 화이팅! 구호를 외치며 시작한다. 영업시간에는 가게간 서로 메뉴를 공유해 A가게의 음식을 B가게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 영업이 끝나면 서로 모여 오늘 영업의 Lesson & Learn을 서로 공유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각 가게들에는 ‘교육생’들이 있다. 대부분 자영업을 꿈꾸는 예비 청년 사장님이다. 나만의 가게를 갖고 싶다는 꿈을 위해 배우고 있는 그들이다. 직원과 교육생은 청년 상인회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머무를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기에 주거가 마땅치 않은 점을 배려한 것이다.

이 ‘청년장사꾼’의 모델을 보면서 몇 가지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그 내용들을 블로그에 정리해두고자 한다.

1. 골목의 문화를 바꾸는 주체, 청년

청년들이 골목과 같은 특정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사례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형마트에 밀리던 재래시장들이 청년상인들을 모집하면서 다시 인기 있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광주의 명소로 떠오른 송정역 1913의 경우도 젊은 상인들이 시장에 새로 들어오면서 활기를 띄게 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뿐만 아니라 이태원 우사단길, 연남동, 상수동 등 예전에는 일반적인 주거지역이나 사람 발길이 드물었던 지역에 젊은 예술가들, 자영업자들이 몰려들면서 새로운 골목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만 알고 싶은 골목’을 찾아다니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예전에는 뜨지 못했지만 특색 있는 골목이 이제는 뜨고 있다. 

▲ 청년 상인으로 새롭게 구성된 1913 송정역 시장

용산 청년 상인회가 있는 용산 인쇄소 골목도 마찬가지이다. 몇 십년 전, 인쇄업이 활황일 때 이 곳의 골목에는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수도권 출판단지가 생기면서 많은 인쇄 가게들이 파주출판도시로 이동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점 이 골목은 ‘죽은 골목’이 되어갔다. 또한 홍등가 골목이 근접하면서 이 지역은 기피지역이 되다시피했다. 그 곳이 청년들에 의해 다시 활기를 찾고 있으며 발길을 뚝 끊겼던 이 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2. 새로운 자영업 생태계

이들은 독특할 실험을 하고 있다. 청년 3명이 모여 함께 6군데 가게를 동시에 오픈했다. 이후 같이 일하게 된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신기하다. 6개 가게의 직원들이 새로운 가게의 메뉴도 함께 고르고, 메뉴 레시피 개발도 함께 한다. 오픈 전 메뉴 시식도 함께 하고, 맛에 대한 만족도도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다. 다수결에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이다. 가게 인테리어도 함께 한다. 일명 “함께 만들고 함께 확장한다” 는 모토이다.

함께 새로운 가게를 오픈하며 자영업 생태계의 인프라를 구축함과 동시에 소프트웨어도 구축하고 있다. 우선은 ‘청년 트레이닝’ 시스템이다. 각 가게들에는 1-2명의 교육생들이 있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자영업 꿈나무’ 들이다. 각자 언젠가는 가게 사장님이 되는 꿈을 가지면서 꿈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을 위해 각 가게들은 교육생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의 교육생 기간을 거치면 정규직 직원이 된다. 우리가 아는 흔한 알바생 치고는 좋은 대우이다.

뿐만 아니라 가게 근처의 기숙사도 활용할 수 있다. 기숙사에는 총 60명의 직원들이 거주하고 있다. 영업을 하지 않는 낮시간에는 클래스를 통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새로운 가게를 오픈하면서 배웠던 인테리어 꿀팁들을 다른 직원들에게 공유해주는 식이다. 나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고 내가 겪지 못했던 일들을 남들을 통해 들으면서 다양한 자영업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새로운 가게는 기존 직원들의 ‘금융상품’이 되기도 한다. 일을 하면서 번 돈을 통해 새로운 가게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새로운 가게가 대박이 나면 지분율에 따라 투자원금과 이자를 거두게 된다. 그리고 이 돈은 나만의 가게를 갖기 위한 기본 자본금이 된다.

즉, 청년장사꾼의 소프트웨어를 보면

  • 자영업을 꿈꾸는 교육생이 자영업을 처음 경험해보고 나와 맞는 업 인지를 판단하는 기회 제공
  • 나의 적성에 맞다면 안정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도록 정규직 전환 & 기숙사 제공
  • 일을 하면서 나만의 노하우를 쌓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준비된 자영업자로 성장
  • 벌었던 돈으로 새로운 가게에 투자하면서 자영업을 위한 자금 확보
  • 자영업에 대한 노하우와 자금을 가지고 ‘나만의 가게’를 오픈 🙂
  • 자영업을 꿈꾸는 교육생을 내 가게에 고용
  • 그 교육생을 정규직 전환 & 기숙사 제공
  • (계속 반복….)

이처럼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 완벽한 자영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고 그 플랫폼 역할은 ‘청년장사꾼’이 하고 있는 것이다.

3.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기 위한 노력

가로수길, 세로수길, 압구정 등은 ‘지고 있는 골목’이다. 골목이 뜨자 권리금을 통해 투자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투기꾼들이 들어오기도 했고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면서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렸다. 이에 기존에 있던 예술가 및 청년 상인들은 다른 지역으로 내쫒겼고 골목을 특색을 잃고 죽어버리게 되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청년장사꾼 청년 상인회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한다. 1) 우선은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핫플레이스에서 일요일 영업을 안 하다니.. 싶었는데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골목이 황폐화되는 것을 막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2) 또한 부동산 중개업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동네와 골목의 동향을 파악한다. 투기꾼과 대형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을 보면서 협업의 가치가 얼마나 큰 지를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함께 하고 함께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면서 새로운 골목문화(Street Culture)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그들이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을 하고 싶지만 자본과 노하우가 부족해 시도조차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자영업 학교’를 자처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청년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하면 자영업을 시작하고, 성장하고 나만의 가게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험해보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의 실험이 성공적인 케이스가 되어 대기업 프랜차이즈 자영업으로 특색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자영업 시장에 새로운 영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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