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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뮈소의 원작소설을 다룬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내가 좋아하는 타임슬립 영화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오고 가면서 과거에 의해 현재가 바뀌는 판타지적 요소를 갖춘 영화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지만 전체적으로 영화 스토리는 ‘심심’했다. 드라마 ‘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토리였다. 아니, 영화 ‘나인’이 더 타임슬립 요소를 잘 활용해서 긴장감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30년 전 사고로 인해 저 세상으로 가버린 연아(채서진 분)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한수현(김윤석 분)이 캄보디아 원주민으로 부터 받은 약을 먹은 뒤 과거 여행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김윤석은 과거 젊은 한수현(변요한 분)을 만나고 과거의 한수현은 30년 뒤 미래에서 온 한수현의 등장에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던 중, 젊은 한수현은 미래의 한수현으로부터 30년 뒤에는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미래를 바꿔보고자 한다. 미래에서 온 한수현은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젊은 한수현은 이 조건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아닐 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는 절정에 치닫고 끝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화 초중반까지 과거의 한수현이 얼마나 자신의 애인 연아를 사랑하는지 설명하느라, 미래의 한수현이 자신의 딸 수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시한부 인생을 맞이하게 된 그의 심경이 어떤지에 오로지 초점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시간여행 이후도 미래에서 온 한수현이 과거의 한수현에게 이런 현상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이렇게 깔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식이 너무 올드했다. 그냥 무작정 믿으라는 식이었다. 어바웃타임도 같은 타임슬립 소재이지만 연출적으로 재미있게 풀었다. 타임슬립 현상에 대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설명을 할 때, 그리고 아들이 직접 시간여행을 경험하게 될 때, 경험하고 나서 다시 아버지와 얘기하는 순간 등이 호기심있게 풀어나갔다. 이에 반해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연출적으로 너무나도 재미없게 시간여행을 풀었다.

그럼에도 돋보였던 건 김윤석의 연기였다. 추격자에서는 형사를, 검은사제들에서는 신부를,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의사를 연기했다. 그의 연기를 보면서 어느 것 하나 안 어울리는 것이 없다는 것과 생활 연기의 디테일을 살릴 줄 아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변요한의 경우 오랜만에 스크린 컴백작이다. 그의 세련된 외모와 달리 그는 1985년의 소아외과 레지던트생을 연기했다. 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연아와 헤어지고 아버지까지 죽고나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그가 미래의 한수현에게, 그리고 자신의 베스트 프렌즈 태호에게 화내는 장면은 아직도 인상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