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확실히, 그리고 제대로 NUGU를 미는 형세이다. NUGU란 SK텔레콤에서 출시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이다. (*참고 : SK텔레콤은 왜 NUGU를 만들었나?) 9월 출시 이후 누구나 주식회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점차 NUGU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키더니, 이제는 TV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NUGU 알리기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스토리는 이렇다. NUGU가 음성인식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유머코드를 담아 보여준다. 예를 들면 굉장히 바쁜 척 하지만 NUGU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면서 아무런 스케줄이 없음을 깨닫는 식. 각 에피소드들에 유머코드를 담아 각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무슨 기능인지 잘 모를 수도 있기에 각 기능 에피소드가 끝나면 간지 1장을 통해 어떤 기능인지 설명해준다.

이처럼 SKT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내놓고 2개월만에 TV광고를 내놓은 경우는 없었다. 이 점으로 봤을 때 2가지 정도를 추측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신감”이다. 사실 아마존에서 내놓은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에 비해서 음성인식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가능한 스킬 수가 적은 것도 (아마존 에코는 3,200여개가 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이와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없었다는 유니크함, 그리고 SKT라는 전통적인 통신 사업자가 미래의 신기술인 인공지능 제품을 내놓았다는 의외성이 대중들 사이에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즉, 유니크함과 의외성으로 인해 NUGU가 아마존 에코와 같은 성능을 갖췄냐 안갖췄냐의 문제를 흐려주게 한다. 그리고 블로그를 보더라도 실제 NUGU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후기 역시 나쁘지 않은 것도, TV광고로 내밀어봐도 좋겠다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조급함”이다. 경쟁사인 KT는 송중기를 모델로 세워 5G를 통한 미래기술을 이야기하는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통신 기술 선도적인 이미지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KT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4G나 5G나 큰 차이가 없다. 스마트폰 이전이었던 2G에서 스마트폰 시대인 3G로 넘어오는 것 만큼의 파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5G를 통해 아직은 실체없는, 약간은 메시지가 날아다니는 미래지향적 기술 광고가 워킹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점을 SKT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SKT 역시 5G 상용화를 위해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고 자율 주행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걸 TV광고로 얘기했을 때 사람들이 “와! SKT는 정말 통신 기술 선도자다!”라는 생각을 할까? 대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SKT는 올해 “생활플랫폼”이라는 기업 PR광고를 통해서 사용자들의 진짜 생활속에서 자리잡고 있는 기술 혁신적인 요소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T페이도 그렇고, T맵도 그렇다. 그러다가 가장 기술 혁신적인, 실체있는 프로덕트 ‘NUGU’를 올해 9월 출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각으로, SKT의 기술력을 빠르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출시 2개월만에 파격적으로 TV광고를 집행한게 아닐까 싶다

또한 네이버의 추격도 SKT로서는 조급함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6을 통해 ‘아미카’라는 대화형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기능들은 대체로 SKT의 NUGU와 비슷하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창립 후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한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는 데이터 싸움이다. 사람들이 물어보는 다양한 변수에 만족할만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것도 결국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네이버가 NUGU와 완전 똑같은 형태의 서비스 비전 영상을 내보였으니 무섭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네이버보다 한 발 먼저 나아가 “국내 인공지능 기술 선도 = SK텔레콤” 프레임을 가져가고 싶었을 것이다.

나의 바람은 단 하나, SKT가 제발 끈기있게 이 서비스를 했으면 하는 거다. SKT는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굉장히 많이 출시했다. 그리고 그만큼 없어진 서비스도 수두룩하다. 지금까지 그래도 성과가 있는 서비스는 T전화 정도이다. 서비스를 사용해보면서 “오! 신박한데?” “이거 괜찮은데?” 했던 서비스들도 많이 있었지만 1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SKT가 정말 끈기를 가지고, NUGU를 잘 키웠으면 좋겠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에코가 모든 기업이 제휴하고 싶은 기기가 되어간다고 한다. 에코와 제휴만 해도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상품을 주문하기도, 뉴스를 듣기도 모두 에코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들어가고 싶은 기기가 되었다는 얘기는 플랫폼화 되었다는 얘기이다. 난 SKT의 NUGU를 보면서 어쩌면 NUGU가 플랫폼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배달주문의 경우 지금은 BBQ와 미스터피자가 가능한데, 이 기업들의 매출에 NUGU가 어느정도 기여한다면 다른 업체들도 서로 들어오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NUGU는 아마존 에코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잘 봐야 한다. 그대로만 따라해도 한글에 특화되어 있는 NUGU에게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