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이었다. 공장이 있고 작업 프로세스에 따라 조립이 되면서 완벽한 차의 모습을 갖춰 나가는 전통적인 제조업. 이런 자동차 업계가 최근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업, 서비스업으로 변하고 있다.

우선 소프트웨어업을 보자. 각 자동차 업계들은 모바일 넥스트 플랫폼으로 ‘차량’을 염두해두고 있다. 이에 어디서나 차량과 접속할 수 있고, 운전 중에 인터넷을 연결하여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커넥티드 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차량용 OS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각 자동차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늘리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자율 주행도 역시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예전에는 하드웨어가 막강한 중심 축이었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나 치부받던 소프트웨어의 관계가 역전되었다. 자율주행은 그야말로 소프트웨어가 중심이고 하드웨어가 수단이 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를 위해 소프트웨어에 몰두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구축을 위해 모든 자동차업계가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일 수 있다. 또 하나 자동차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건 ‘서비스업’이다. (이 개념은 브런치 정근호 작가님의 포스팅에서 빌려왔다.) 무슨 말인고 하니, 솔직히 말하면 자동차 업계는 우버와 리프트 같이 차량을 기반으로 서비스업으로 활용하는 업체들의 성공에 배가 아파지고 있다. 우버는 각 드라이버들이 자신들의 차량을 이용해 택시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고 리프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버와 리프트가 서비스 초기 가장 집중했던 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a)공급차량과 b)공급자였다. 대신 자동차 업계는 자체적으로 재고 차량이 있으니 우버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b)공급자만 고용하면 되는 바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차량을 활용한 대표적인 서비스업 ‘우버’

또한 공유경제가 글로벌 경제 아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카셰어링 비스니스 모델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자동차 업체 지리(Geely)는 출근 뒤 ‘Sharing’ 버튼을 누르면 내가 일하고 있을 때 다른 누군가가 내 차를 이용할 수 있고, 이용 대금의 일부를 차량 소유주가 가져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체가 아니면서 카셰셰어링 자체를 서비스 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그린카, 쏘카 같은 곳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런 모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출퇴근 길에 드라이버와 라이더가 함께 카풀을 할 수 있는 풀러스(Poolus), 럭시(Luxy)와 같은 서비스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 지리 자동차는 카셰어링 기능을 반영한 자동차 OS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대표 카셰어링 업체, 쏘카

▲시간 당 렌트 개념의 카셰어링에서 출퇴근길 카풀 서비스로도 발전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카풀앱 ‘풀러스’

만약 극단적으로 국내 자동차업계 1위 현대자동차가 카셰어링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1) 우선은 신차 시승을 할 수 있다. 이는 카카오택시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선보였던 것과 비슷하다. 각 자동차 업계들은 신차가 나오면 대규모 프로모션까지 벌이면서 신차 시승에 열을 올린다. 직접 타본 손님이 더 구매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적으로 차량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루트이기 때문이다. 만약 카셰어링 업체를 현대자동차가 직접 운영한다면? 새로운 신차들을 서비스업에 즉각 반영하여 쉽게 선보이고 사용자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쏘카와 그린카를 인수할 경우 대여비 일부를 현대자동차가 부담해주고 손님은 저렴한 가격에 신차를 운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미 그린카와 쏘카는 자동차회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이런 서비스를 선보이고는 있다.) 풀러스와 럭시 같은 카풀 스타트업을 인수할 경우에는 출퇴근길에 신차를 운전해보거나 편안하게 뒷 자리에서 승차감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카카오택시에서 폭스바겐 신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도착했던 것 처럼.

▲지난 5월 카카오택시가 폭스바겐과 함께 선보인 신차 승차 프로모션. 이미 카셰어링 업체들은 자동차업계와의 제휴를 통해 신차 시승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2) 남아도는 재고 차량을 활용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 할 수 있다. 물론 신차를 판매하는 자동차업계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누군가 1번이라도 운전했던 차량이라면 중고가격에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승차 프로모션에도 차량은 필수적으로 쓰이고 이 차량 역시 1번이라도 운전했던 차량이기에 제값에 팔 수 없다. 이런 신차들을 활용해 사업을 해서 돈까지 벌 수 있는데 자동차 업계가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마지막으로는 3)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에서 가장 필요한 건 주행데이터이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지도를 그렇게 반출하려고 하는 것도 지도 데이터 / 주행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자동차가 카셰어링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면 하루에도 수 백번의 콜을 받아 도심을 누비게 될 것이다. 이로써 주행데이터도 얻을 수 있고 승객에 대한 데이터 역시 수집이 가능하다. 중형 세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고객에게는 새로운 중형 세단 신차가 나오면 PUSH 알림을 해줄 수 있다. 자동차 업계가 꼭 필요로 하는 주행데이터 그리고 어떤 사람이 우리 차량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는지를 알 수 있는 사용자 데이터를 모두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율 주행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주행데이터. 이 데이터 확보를 위해 지금은 비용만 나가는 구조이지만 차후에는 돈을 벌면서 주행데이터도 얻을 수 있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카셰어링(차량 공유) 사업에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미 현대자동차는 신성장사업으로 분류하고 본격 육성할 계획이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단독적으로 카셰어링 업체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 일감 몰아주기뿐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카셰어링 스타트업에 엑시트를 할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가 나서거나 투자의 방식을 통해 윈윈하는 모습을 갖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해외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카셰어링을 준비하고 있다. GM은 리프트, 도요타는 우버, 폭스바겐은 겟트(이스라엘) 등과 손잡고 카셰어링 사업을 모색중이다. 포드도 자율주행차 주요 고객으로 차량공유업체를 꼽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체 카셰어링 사업을 검토중이다. 더 늦기 전에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나가길 바래본다.

+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어서 했을 뿐, 어느 자동차 업계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다만 소중한 우리의 데이터들이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전달 되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개인적인 의견에서 현대자동차를 예시로 들었다.

원문은 ‘생각노트’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