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면서 느끼게 된 점,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아이디어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잘 파는게 더, 아니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

어찌 됐든 아이디어를 누군가에게 팔아야 한다.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팔아야 하고, 스타트업에서는 투자자에게 팔아야 한다. 회사에서 일을 해보다 보니, 같은 아이디어라도 누가 파느냐에 따라,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지차이임을 확연하게 느끼고 있다. 믈론 나도 내 아이디어를 상사에게 팔아야 할 때가 분명 있다. 난 평소 아이디어와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적극성에 상사는 대부분 거부감을 표현하곤 했다. 이에 반해 내 위의 1년 선배는 ‘한방’이 있다. 아무리 내가 성실하게, 부지런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제안을 해도 내 아이디어와 제안이 팔리는 확률은 낮다. 하지만 선배는 다르다. 시의 적절하게, 상사가 희망하는 T&M를 저격하며 아이디어를 매번 팔곤 한다. 그러다 보니 내 입장에서 상사는 날 영원히 주니어로만 보고

“쟤는 아직 많이 부족해. 쟤의 의견은 많이 틀리고 뭔가 조언을 해야줘야겠다”

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 조차 든다. 선배의 의견엔 무조건 YES라고 하시고, 나의 의견엔 무조건 NO를 외친다.

이 때문에 근래 2-3주가 정말 힘들었다.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서 내가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완성도를 높여서 지시를 따를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런 자세가 동료들에게도 보였나 보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힘든 일 있냐고 물어봤다. 지금까지 입사 이후 일을 하면서 이렇게 힘든 티를 팍팍 내본적이 있었다 싶다. 뭘 해도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했는데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기분이 너무 안좋았고 모든 일을 놔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스스로 수습을 하면서 괜찮아지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건 맞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아야하는 위치인 것도 맞다. 스스로 잘 났다고 생각해버렸을지도 모르고 갑작스럽게 늘어난 피드백에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신념에 스크래치가 나면서 멘붕이 왔었던 것 같다. 또한 아이디어만 좋다고 그 아이디어를 팔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1년 위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상사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느낌과 어떤 강도로 얘기하는지를 잘 캐치해서 내 아이디어를 팔아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나의 기분을 일에 표현하고, 동료들을 불편하게 한 것에 크게 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오래는 이 곳에 못있을 것 같다. IT회사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벨류가 생각보다 높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개발자, 그리고 기획자가 회사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로운 출발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