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문래동은 처음이다. 주변의 영등포는 자주 가봤지만 문래동을 와본 적은 없었다. 문래동에 와보니 그럴 만했다. 동네가 참 조용했다. 서울에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조용했다. 고층 빌딩도 없었다. 거의 모든 빌딩들이 저층 빌딩이었다. 사람들도 바쁨이 없었다. 여유로웠고 한가해보였다. 이런 동네가 있구나라는 생각과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서로 교차했다.

문래동을 알게 된건 네이버 메인판의 ‘플레이스’ 판 덕분이었다. 간혹 이 곳에 트렌디한 장소들이 소개되어 판설정을 해두었었다. 무려 네이버 메인에서 2번째. 뉴스 다음으로.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말이 되면 플레이스판에 들어가서 이번 주말은 어떤 곳을 가볼까? 고민하게 되었다. 해방촌이 소개될 때도 있었고, 연남동이 소개될 때도 있었다. 이번 주말은, 문래동이었다.

지도를 보니 혹 하는 곳들이 많았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라크라센타)도 있었고, 철강/철물 공장들 사이에 오픈한 펍(비닐하우스)도 있었다. 지역의 사랑방을 자처하며 주민, 예술가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북카페(치포리)도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래동으로 주말 나들이를 정했다

문래동이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골목이었다. 문래동에는 골목이 정말 많다. 그리고 각 골목마다 특색이 있다. 골목을 쭉 따라 들어가다보면 벽화가 있기도 하고, 카페가 있기도 하다. 또 목공소가 있기도 하고 식당이 있기도 하다. 레스토랑과 서점도 간혹 보인다. 이렇게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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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많은 곳들이 문을 닫으니, 이왕 온다면 토요일에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난 오히려 좁을 골목을 나 혼자 거닐고 있다는 생각에 더 좋았던 것 같다. 비록 이렇게 서점같은 곳들을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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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골목 탐험을 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 문래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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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역에서 문래창작촌을 가는 중간,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다. 수 십년은 되어 보이는 건물에 있는 Urban Art Guest House. 내가 또 좋아하는 곳이 게스트하우스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최대의 장점. 그래서 국내에서도 여행을 다니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차마 이 곳을 올라가 보지는 못했지만, 외국인 한 명이 내려오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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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바로 치포리 입구. 2층이 치포리이다. 걸어올라가면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화 행사,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마로 ‘주민센터’ 같은 느낌이다. 문래동을 지키고 있는 주민센터. 안으로 들어가면 책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 주간지/월간지도 함께 볼 수 있다. 다음 번에 문래동을 온다면 이 북카페를 꼭 이용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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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 문화창작촌을 대표하는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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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 창작촌에는 이처럼 낡은 건물들이 많다. 폐건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경건해진다. 나보다 수십 년은 더 세월의 풍파를 겪었을 공간과 건물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심이 들었다. 이런 곳은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봤었는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마치 지하 1층으로 가면 조폭들이 한 무리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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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블해도 지나치게 험블한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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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문래창작촌이다. 수 많은 철강업체들이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각 공장들마다 나름의 위엄이 있어서 이상하게 경건해진다. 서울이라는, 현대적인 도시 한 가운데에 이런 곳이 있다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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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공장들 중 단연 돋보이는 ‘비닐하우스’ 이 곳은 공장 한 곳의 공간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서 펍&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비닐하우스’를 검색하면 이 곳에서 행해지는 문화행위들을 볼 수 있다. 데님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전시를 한 적도 있었다.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공간의 연속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이 현대인들에게 소외받는 공간이 아니다! 라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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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촌스럽지만 세련됨이 느껴지는 신풍장 여관. 이런 곳에 여관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과연 시설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2층부터가 여관이라서 한번 들어가서 보고 싶었지만 으시으시한 분위기에 휩사여 올라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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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나와 계속 골목을 돌아다녔다. 이렇게 벽화가 그려진 골목도 있었다. 중간 중간에 초상권 주의라는 팻말들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사진을 찍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온 오늘이, 사람이 없는 편이구나

문래동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옆에 근린 공원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 내 공원 치고는 크다. 이 곳에서 도시의 빠른 변화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쉬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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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웠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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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이제 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