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각종 단체 및 협회에서 발표하는 국내 항공사 1위와 2위는 매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두 항공사를 제외하고 신규 항공사가 설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구도가 갖춰지지 않은 시장이었다. 하지만 2005년 1월 제주에어(제주항공의 전신)가 취항하면서 국내 LCC 시장이 형성되었다. “저가 항공사라서 왠지 불안해!” 라는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며 최근 5년간 매출 신장률이 91%를 기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발표한 항공사 브랜드평판에 아시아나항공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3,4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62억을 달성했으며 8월에는 한 달 동안 2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05년 취항 초기, 신규 노선 취항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저가 항공사에 대한 편견, 그리고 쏟아지는 저가 항공사들로로 고전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저가항공사 1위로 자리매김하며 국내 항공사 Top3 반열에 오르게 된 제주항공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고자 한다.

여행 컨셉과 잘 맞는 '제주'

항공사의 이미지는 전적으로 여행과 직결되어 있다. 여행으로 항공사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브랜드 매스 마케팅으로 1) 항공사 자체를 여행 컨셉으로 보여지게 하거나 2) 여행지의 매력을 비추어 “이 항공사를 이용하면 저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를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이 2번을 활용하여 브랜드 마케팅을 집행한다.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등 여행지의 매력을 보여주며 여행 뽐뿌가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제주항공은 1번을 적극 활용한다. 항공사 이름 자체에서 여행 느낌이 나게 한다. 제주도라는 단어에 자연 그리고 휴가, 여행 등의 키워드들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주항공의 기업 슬로건 ‘Refresh!’도 여행 그 자체이다. 대한항공이 Excellent in Flight 라는 슬로건으로 매력적인 여행지로 갈 때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항공사로 포지셔닝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제주항공 자체가 여행 컨셉이고 이를 쉽게 메이킹 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단연 제주라는 지역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내 유명 도시라는 이유로 서울, 인천, 부산 등을 항공사명에 넣거나 중심 취항지로 정한 다른 저가 항공사들과 확실히 대비되는 컨셉으로 ‘여행=제주도 같은 곳=제주항공’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제주도의 감귤 색상에서 모티브를 얻은 제주항공 BI 컬러.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제주의 자연을 형상화했다.

항공업은 처음이지만 유통업 노하우로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소속이다. 애경그룹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도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계열사가 백화점업을 하는 AK플라자이다. 그 밖에 44개의 계열사도 있지만 대부분이 B2B산업이라 생소하긴 하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항공이 애경그룹 계열사라는 사실을 알면 많이 놀란다. 전혀 항공업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저가 항공사 ‘진에어’가 대한항공 계열사,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라는 점에 비하면 다시 한번 놀랍다. 항공업 경험이 없고, 지난 수 십년 동안 항공업 노하우를 쌓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서게 됐을까를 고민해보면 ‘서비스업’에서 배운 노하우들을 항공업에 잘 녹였다는 생각이 든다.

백화점과 같은 유통사들이 잘하는게 바로 마케팅이다. 브랜드 컨셉을 잡고 어떤 채널에서 어떻게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셀링을 해야 할지 잘 안다. 애경그룹은 이 노하우를 활용해 제주항공을 여행 컨셉의 항공사, Refresh 할 수 있는 항공사로 포지셔닝 했고 항공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셀럽 마케팅’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거쳐간 제주항공의 모델로는 이민호, 김수현, 송중기(현재)이다. 대한항공이 여행지의 매력을, 아시아나항공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중점으로 매스마케팅을 진행할 때 애경그룹은 ‘한류 셀럽 마케팅’을 통해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얻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여행객들이 모델을 보고 관심이 생겨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해외 여행객을 타겟으로 한 캠페인으로 어느 타이밍에 공격적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한류스타 이민호, 김수현, 송중기를 메인 모델로 내세웠다

그리고 서비스업의 대가답게 고객 중심적(Customer-Oriented) 운영을 하고 있다. 저가항공사로는 최초로 멤버십 제도인 Refresh Point를 만들어 항공 요금의 일부를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으며 이 포인트는 차후 항공권 예매에 활용할 수 있다. 일정 포인트 이상을 적립해야 사용할 수 있는 기존 항공권 마일리지에서 벗어서 적립한 만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양도가 가능해 인기를 얻고 있다. 2016년 10월 기준으로 약 330만명이 포인트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또한 셀프체크인 시스템도 저가항공사 중 가장 많은 노선에 적용하여 인천공항에서 출국시 불필요한 대기시간 없이 간편하게 출국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나가고 있다.

▲ 제주항공 ‘Refresh Point’

여행 트렌드에 맞는 운항 포트폴리오

예전에 비해 해외여행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 매년 갈아치우고 있는 인천공항 여객수송인원 통계를 보면 더 극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제 해외여행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여가생활이며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도 낯설지 않은 시대가 왔다. 또한 꼭 멀리 가는 여행만이 해외 여행이 아니라 단거리라도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하고 오면 여행이라 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 여행족’이 생겨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런 여행 트렌드를 미리 읽고 분석하여 해외 노선을 끊임없이 확대해왔다. 일명 항공 운항 포트폴리오를 잘 준비하고 쌓았다. 이에 일본, 중국, 필리핀, 태국, 대양주(괌, 사이판) 등 아시아 주요 도시 20개 이상의 노선을 운항하며 국내 LCC 항공사 중 최대 아시아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푸켓 노선을 신규 취항했으며 10월 말에는 인천-마카오 노선을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모두 한국 여행객들에게 여행 핫플인 곳이다. 신규 취항을 위해서는 보통 1년 전부터 절차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1년 후를 미리 읽고 인기 노선을 취항한 점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 제주항공 취항지. 클릭하면 전체 취항지를 볼 수 있습니다.

차별화된 기내 내 경험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바이럴 된 영상이 있었다. 바로 제주항공의 사투리방송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한글날을 맞이해서 기내 안내 방송을 순우리말로 진행하는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옆 좌석 구매 서비스’를 통해 두 명이 여행하는 경우 가운데 좌석 1개를 구매하여 편한 여행을 하거나 혼자 여행하는 경우 옆 두 좌석의 구매로 장거리 여행시 누워서 여행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기내에서 결제해야 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항공사들에서만 선보이고 있는 ‘나중에 결제하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을 위해 기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에 많은 고객들이 제주항공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진 채 ‘하늘 나들이’를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전형적인 항공 업계의 경영 방식이 아닌 새로운 경영 방식으로 혁신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좋다. 정답은, 언제나 고객에게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어떤 생각을 하고 비행기 티켓을 알아볼까? 고객이 여행을 할 때 어떤 점들을 불편해 할까? 고객들은 어떤 여행을 이제 선호할까? 등등의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이에 맞춰 서비스와 운항 포트폴리오를 준비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의 강자가 항공업의 강자가 되는 모습 자체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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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애경그룹 또는 제주항공으로부터 어떠한 부탁을 받지 않은 순수한 분석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