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에서 역주행하고 있다는 영화가 있어서 무슨 영화인지 살펴봤습니다.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였습니다. “미생들이 보면 울컥할 영화”라는 누군가의 한 줄평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고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 스토리

결론적으로, 별 내용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제 막 영업 사원으로 취직한 다카시는 회사의 수직적인 분위기에 매일을 스트레스와 함께 보냅니다. 아침마다 직원들은 부장님의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고 “상사의 지시는 신의 지시다.”와 같은 근무 신조를 함께 복창하며 군기를 다잡는 분위기의 회사에 다니죠. 심지어 폭력도 있습니다. 정강이가 차이는 것은 기본이고 서류가 휘리릭 얼굴 앞에 던져지는 스킬이 난무합니다. 심지어 잘못을 사과하라며 부하에게 무릎을 꿇리게까지 합니다. 요즘 군대에서도 이러지 않는데 성인들이 모여 있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게다가 매일과 같이 부장님은 업무를 하달하고 퇴근하십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분량이 결코 아닌 것들이죠. 야근이 모여 모여 다카시는 한 주동안 150시간이 넘는 고강도 노동을 하게 됩니다.

다카시는 결국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에 ‘자살’을 결정하게 되죠. 야근을 마친 밤 늦은 시간,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던 다카시는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몸을 선로로 기울입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생은, 눈을 떠보니 이상하게도 사지가 멀쩡했죠. 누군가가 선로로 떨어지고 있던 다카시를 힘껏 끌어당겼기 때문입니다. 그는 다카시의 초등학교 동창이라며 다카시에게 술 한잔을 권유합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야마모토입니다. 야마모토는 다카시와 전혀 다른 캐릭터입니다. 자유분방함은 기본이며, 욜로(YOLO)를 인생의 최우선가치로 살아가는 청년이었죠, 대신 항상 웃고, 긍정적이며 묘하게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는 그런 매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한 때 다카시와 같이 영업 사원이었던 야마모토는 지금을 일을 하지 않은 채,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야마모토가 다카시보다 몇 배는 행복해보였습니다.

다카시는 이런 야마모토를 만나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웃음이 많아졌고, 야마모토로부터 영업 노하우를 배우며 실적을 쌓게 됐죠.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던 순간 ‘발주서 실수’로 인해 다시 그는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렇게 그는 또 한번 자살을 시도합니다. TBD… (스포일러로 인해 더 이상의 줄거리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ㅎㅎ)

# 생각 포인트 1. 왜 회사가 힘들어서 자살하는 사람이 있을까?

전 사실 회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살에 있어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이 ‘벗어날 수 없다’ 라는 두려움이 기본적으로 내재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작스럽게 생긴 장애에 벗어나지 못한 채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생겼거나, 엄청난 빚더미에 눌러 앉아 아무리 열심히 경제적 활동을 해도 이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겼을 때 자살을 선택하게 되죠.

하지만 회사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막대하다면 회사를 그만 두면 되는 ‘탈출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삶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회사를 그만 두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다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첫 번재로, “자살 충동은 갑자기 올 수 있다” 입니다. 이는 고문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재우지도 않고, 몇 날 몇 일을 고문하게 되면 이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허위 자백을 하는 것처럼 회사로 인한 자살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번아웃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되면 ‘그만 하고 싶다’ 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살 충동이 일게 되는 것입니다. 그 순간에 이성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이 스트레스가 끝난다는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패배자가 될 수 없다” 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일이 힘들어서 그만 뒀다는 사람보다 버티고 버텨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을 더 선망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만 둔 사람은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뛰쳐나와버린 패배자 취급을 받는 거죠. 그런 패배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작 회사 때문에 자살이 하고 싶을 만큼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 둘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이 영화가 답해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 생각 포인트 2. 회사란 분명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회사는 삶에 있어서 큰 볼륨이며 소중한 존재죠. 소속감을 가지게 해주고 성장을 느끼게 해주며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사회적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변수에 대처하는 법을 비즈니스적 감각으로 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회사는 직원이 회사를 위해 살아줄 것을 요구하지만 정작 회사는 직원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내 인생은 결국, 내가 책임지는거죠.

그렇다고 회사 일은 다 내팽개친 채 내 일만 챙겨야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프로’ 답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은 회사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따지고 보면, 하루에 있어서 어느 한 소속과 조직에서 이렇게 오래 머무르는 시간이  없습니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나에게 소중하지 않고 쓸모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8시간 이외의 시간에만 집중한다면, 분명 회사에 있는 시간까지 알뜰살뜰 챙기는 사람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회사가 우리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큰 비중” 입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직원들끼리 무리한 영업 실적 경쟁이 펼쳐진다든지 상사의 비인간적인 행위가 매일 벌어지는 회사라면 무조건 퇴사하는 것이 전 옳다고 생각합니다.

# 마치며

이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세상의 많은 미생 덕분입니다. 2030 세대가 특히 이 영화를 공감하는 이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다카시는 야마모토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자리를 일어섭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그리곤 회사로 갔다가,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고 돌아오죠.

영화의 의도가 회사를 그만 두는 것에 대해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있게, 그리고 용기를 내서 말해보라는 의도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다카시처럼 정말 매일 악몽을 꾸면서까지 힘들어하거나 고향에 있는 가족을 일 때문에 1년 반 동안 보지도 못할 정도의 번아웃을 겪는 위기의 비즈니스맨에게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리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큼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