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는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 역사에 있어서 전설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셀 수 없는 수 많은 유행어와 스타 코미디언을 발굴했으며 화제성 있는 개그 코너로 대한민국의 문화 트렌드를 선도했습니다. 그 결과, 코미디 프로그램으로는 보기 드물게 시청률 30%대에 육박하는 프로그램이 되었고 KBS 연예대상 ‘올해의 프로그램 상’을 2012년, 2013년 연속 2회 수상하며 그 인기를 직접적으로 증명하기도 했죠. (참고 : ‘개그콘서트’ 시청자 선정 올해의 프로그램 상그랬던 개그콘서트가 최근 1,2년 새 대중들에게 점점 잊혀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한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많은 대중들이 개그콘서트를 아직까지도 하는지, 그 안에 어떤 개그 코너들이 있는지 잘 ‘모르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가 배출했던 스타 선배들이 복귀를 알리며 프로그램을 하드캐리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영광을 찾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일요일 밤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개그콘서트는 왜 점차 잊혀지고 있는지 주관적인 이유로 살펴봤습니다.

물론, 시청자분의 반응을 살펴보니 ‘재미가 없다’가 주를 이루긴 했지만 (ㅠㅠ) 이 영역은 개취(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부분이라 각자에게 판단을 맡기고, 콘텐츠적인 요소보다는 형식, 포맷 그리고 바뀐 트렌드에 접목해 개그콘서트의 부진 원인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 케이블과 SNS로 웃음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

우리가 개그를 즐길 수 있는 채널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공중파가 ‘주’였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케이블과 종편의 인기는 몇 년새 공중파를 위협할만큼 높아졌고 페이스북의 유머 페이지, 개그 페이지들은 수 십만, 많게는 수 백만의 팔로워를 가질만큼 대중들이 개그를 즐기는 또 다른 채널로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케이블과 온라인에서 다루는, 다룰 수 있는 개그 소재가 공중파보다 수위가 강하며 직설적이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정치에 대한 강한 풍자부터 19금 섹드립까지, 공중파가 다루기 힘들었던 소재와 수위를 케이블과 온라인은 다루게 되었습니다. tvN <SNL Korea>는 신동엽, 유세윤, 안영미를 필두로 지금까지 지상파 TV에서 보지 못했던 섹드립 콘텐츠를 개그로 승화해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높은(!) 수위로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 지상파에서는 보지 못하는 현실풍자와 섹드립은 케이블과 온라인을 통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tvN <SNL Korea>의 솔비 편. (출처 : 뉴스핌 뉴스)

대중들은 이런 핵사이다와 같은 개그 콘텐츠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개그 콘텐츠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유치한 몸개그나 말장난 정도로는 웃지 않게 되었죠. 개그콘서트는 공중파이자 공영방송사인 KBS의 프로그램이기에 수위가 조절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그 내성이 생긴 대중들을 웃기기에 그들이 가지는 ‘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대중들은 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개그 콘텐츠를 향해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빠른 콘텐츠 소비에 적합하지 않은 ‘녹화방송’

개그콘서트는 녹화방송으로 진행됩니다. 사전 방청객을 모집 받고 방청객을 모신 뒤 방청객 앞에서 녹화방송을 진행합니다. 이후 1주일 뒤 실제 방송으로 온에어 됩니다. 과거에는 1주일이라는 기간은 길지 않은 편집 기간이었죠. 보통의 다른 프로그램 녹화방송보다는 훨씬 빠르게 녹화와 온에어가 바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현실 풍자를 개그 소재로 하는 대다수의 코너들이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이슈를 시청자 다수가 인지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정 상황을 풍자했을 때 방청객들이, 시청자들이 “아! 이 이슈를 풍자한거구나!” 알아채야 웃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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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화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그콘서트>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미 SNS 등에서 1차로 터진 현실 풍자 소재를 개그 콘서트는 2차, 3차에서 다루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SNS는 리얼 타임 기반이고, 개그콘서트는 녹화 방송이기 때문입니다. 즉, 개그콘서트는 영원히 ‘뒷북’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대중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반영해 tvN에서 진행하는 <SNL Korea>는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합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단적으로 예시를 들면, 금요일에 있었던 이슈를 토요일(SNL 방영일)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SNS 속 현실 풍자 또는 패러디 제작물들과 함께 대중들과 호흡 할 수 있고 발빠르게 개그 콘텐츠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죠. 하지만 개그콘서트는 금요일에 만약 특별한 이슈가 있었다 할지라도 최소 빨라야 그 다음주 일요일에, 더 늦게는 2주가 지난 일요일에 시청자들이 만날 수 있습니다. 개그란 자연스럽게 사회 현상과 정치, 시사를 풍자하면서 오는 재미가 있는데 개그콘서트는 녹화방송이라는 한계로 이를 즉시적으로 반영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시즌 1부터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던 tvN <SNL Korea> (출처 : SNL)
▲ SNL Korea 방송 중 방청객 사진. 방청객을 모셔두고 방송을 하는 점은 개그콘서트와 동일하나 방청객과의 호흡이 바로 방송으로 나간다는 점은 개그콘서트와 다르다.

# 형식 파괴 실험이 필요하다

개그콘서트는 장장 18년 동안 형식이 한결 같았습니다. 실내에서 진행하는 스테이지 개그였죠. 이는 다른 개그 프로그램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tvN의 <SNL Korea>는 라이브 방송이라는 점과 개그 코너 중간 중간에 Digital Shor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GTA 패러디’ ‘3분 남자친구’ ‘권혁수의 더빙극장’ 등과 같은 새로운 개그 형식의 콘텐츠를 선보였죠. 디지털 콘텐츠에 적합한 현재의 젊은 층의 콘텐츠 소비를 반영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반응이 좋은 Digital Short 들은 SNS를 통해 바이럴 되면서 프로그램 자체가 인지도를 얻고 유명해지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 각종 패러디를 배출했던 <gta>Digital Short (출처 : SNL 유튜브)
▲ SNL Korea Digital Short <3분 남자친구>
▲ SNS에서 큰 바이럴을 불러왔던 권혁수의 더빙극장

tvN의 <코미디 빅리그>는 개그콘서트와 동일하게 실내 스테이지 개그였지만 ‘리그’ 라는 포맷을 활용해 코너마다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며 코미디언들은 결승을 위해, 시청자들은 어떤 프로그램이 결승으로 올라가는지 지켜보는 재미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시즌제로 움직이면서 제작진 그리고 코미디언들이 고퀄리티 개그 코너를 준비할 수 있는 제작 환경도 갖췄습니다. 

▲ 리그 형식으로 진행되면 출연하는 코미디언과 방청객 모두가 승부욕에 불타오를 수 있었던 <코미디 빅리그>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개그 콘텐츠는 방송 작가이자 개그맨 유병재씨가 진행하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아닐까 싶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중적인 포맷으로 자리잡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개그 포맷이었죠. 그 포맷을 유병재씨가 이번에 도전하게 되었고 유튜브 구독자 수와 영상 바이럴 등을 살펴봤을 때 초반 인기는 갖췄다는평이 대체적입니다. 미디어와 시대는 계속 변하고 있는데 무려 18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똑같은 형식으로만 진행되면서 계속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코미디언이자 방송작가인 유병재씨가 진행하는 스탠드 업 코미디

# ‘찾아서 보기’까지는 하지 않는 프로그램

예전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우리는 TV를 시청했습니다. 우리가 선택을 하기보다는 편성표 위주의 TV 콘텐츠 소비가 일어났죠. 하지만 요즘 TV를 본방으로 보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IPTV, PC, 모바일을 통해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방법들이 과거와 달리 많아졌습니다. 결국, 보고 싶은 프로그램의 우선 순위별로 내 잉여시간에 내가 소비하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일요일 저녁 주말 드라마가 끝난 이후 TV가 켜져 있으면 자연스럽게 개그콘서트를 보는 식이었지만 언제든 이 프로그램을 나중에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이제는 있기에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활동을 하고 ‘진짜’ 보고 싶은 콘텐츠를 나중에 찾아서 보게 됩니다. 다만, 아쉽게도 개그콘서트는 ‘진짜’ 보고 싶은 콘텐츠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콘텐츠 소비가 전혀 일어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습니다.

# 마치며

그 밖에도 여러가지가 부진 원인으로 꼽힙니다. 스타 코미디언의 명맥이 2011년 이후 끊겼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김기리, 신보라, 김지민, 김준현 이후의 스타 코미디언이 배출되지 못했죠. 사실 개그 프로그램은 스타 코미디언이 만드는 ‘캐릭터’의 힘이 큽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킬러 콘텐츠’가 프로그램 전체를 관심 받게 합니다. 모든 코너들이 다 인기있을 수는 없지만 ‘발견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킬러 프로그램, 킬러 콘텐츠가 했었죠. 하지만 그런 역할이 사라지면서 모든 프로그램이 주목 받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또 인기 코미디언들의 외도도 한가지 원인으로 꼽힙니다. 예전에는 개그맨/개그우먼들이 본인을 알릴 수 있는 곳으로 공개 방송 개그 프로그램이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공중파뿐만 아니라 케이블과 종편의 수 많은 프로그램, 심지어 ‘모비딕’ ‘딩고’ 와 같은 모바일 콘텐츠 제작소의 프로그램까지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후배 코미디언들을 하드 캐리해주는 선배들의 역할이 공백이 되면서 차세대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개그콘서트>는 지금까지 개그맨/개그우먼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있어 ‘꿈의 무대’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방송사 공채 개그맨/개그우먼으로서 올라 설 수 있는 몇 안되는 무대이기도 하죠. 아직도 이 무대를 꿈꾸면서 개그맨/개그우먼을 꿈꾸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개그콘서트>가 변화와 변신을 거쳐 대중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유능한 코미디언들이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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