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 동안 따분했다. 하루종일 하는 거라고는 먹는거, 티비보는거, 먹는거, 티비보는거…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전자책을 꺼내들었다. 읽을 만한 책이 뭐 있을까~ 하다가 알라딘에서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전자책을 이벤트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은 신문을 통해서 가장 먼저 알게 되었다. 미국 아마존 베스트 셀러에 등극한 책이다. 서른 여섯, 젊은 외과의사가 ‘죽음’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미국에서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출간 된 것 같다. 책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어떤 생각들을 던져 줬을까?

죽음에 대한 생각

죽음은 단어 그 자체가 포함하고 있는 부정적인 면, 어두운 면이 분명 있다.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숙연해지는 느낌이랄까? 이처럼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는 금기어처럼 다뤄져 왔으며 ‘말이 씨가 된다’ 라는 속담을 들이대며 말조차도 못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죽음은 있어서는 안되는, 우리가 피해야만 하는 문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죽음 역시 실존적 문제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왔을까! 생각하며 좌절한 채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다시 원래의 삶으로 원귀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있다. 저자는 처음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했었다. 다시 외과의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꿈꾸던 신경과학자의 삶을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주치의를 만나면서 바뀌게 되었다. 주치의는 ‘암’이라는 새로운 변수로 인해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환자 본인도 그렇고 주변 가족들도 그렇다. 하지만 주치의는 암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알기 전의 삶이 계속 이어지게 또는 새로운 변수에 적응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찾아주기 위해 집중했다. 저자가 ‘생존 곡선’ 이라는 의학적 지식을 통해 주치의에게 “언제까지 살 수 있나요?”라고 묻고 답을 찾으려고 할 때 주치의는 “오늘 기분은 어떤가요?” “다시 수술실에 복귀해야죠!” 등 암이라는 팩트를 무시하고 환자의 삶을 계속 이어나가게 하려고 했다. 이 점이 참 인상 깊었다.

만약 나라면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은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던지게 된다.

“나라면 암 진단을 받을 때 무슨 느낌이 들고, 무슨 생각을 할까?”

“암 진단을 받고 나서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막막해지겠지. 하지만 나라면 죽음에 대해서 딱히 두렵거나 하는 생각은 없다. 물론 나의 죽음으로 평생을 슬퍼할 가족들에게는 큰 슬픔일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예전부터 하느님과 예수님이 나를 필요로 해서 데려간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었고 지금은 불행하게도 더 큰 꿈이 없어서 죽음이 그리 무섭지 않다. 물론 살고 싶어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눈을 감는 다는 것,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죽음을 무조건 무섭게, 두렵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부딪혀야 하는 실존적 문제이고 감내해야 할 평생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처럼 엄청난 고통속에서도 본래의 직업으로 돌아가려고 한 자세는 정말 본받을 만했다. 사실 나라면 시한부가 정해져 있다면 회사부터 때려치고 세계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닐 것 같다. 물론 시한부의 삶이라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힘이 없겠지만. 저자는 암 선고를 받기 전의 보통적 삶으로 돌아가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나의 죽음

내가 언제 죽을지는 전혀 모른다. 병으로 인한 것이라면 어느정도 여생의 기간을 가늠할 수 있겠지만 요즘같이 이불 밖이 위험한 세상에서는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아직 20대이고 죽음은 멀다라고 느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죽음에 대해서 준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번재로는 보험.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경제적 도움이 되고 싶다. 가족들은 그딴 돈이 뭐가 필요하겠냐 싶지만 어쨌든 부모님은 날 낳아 기르면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셨다. 그리고 내가 경제적 능력을 갖추면서 서서히 그 빚을 갚아볼까 했으나 죽음으로 인하여 불가능하다면 보험을 통해서라도 경제적인 도움이 되드리고 싶다. 그래서 보험을 가입하는 걸 얼릉 준비해보기로 했다. 두번째로는 유언장. 이 생각은 예전부터 했었다. 갑자기 죽었을 경우 나의 물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불필요한 물건도 분명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평생 나를 기억해주면서 가지고 있어주길 바라는 물건들이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유언장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음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저자가 인문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의 실체는 무엇일까? 왜 죽음을 두려워 할까? 등등의 질문들에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폴 칼라티니의 명복을 빕니다.

* 이미지 출처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