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까지 읽으면서 정유정 작가의 악의 연대기라 불리우는 ‘종의 기원’ ‘7년의 밤’ ’28’을 모두 읽었다. 3편의 소설에서 모두 ‘악인’이 등장하며 악인은 점차 진화하여 종의 기원에서 ‘유진’ 이라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실 ’28’은 악인의 심리를 다룬 책이라기 보다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괴질로 인해 폐쇄된 도시 속에서 전염병을 피해 각자가 살고자 아둥바둥하는 모습으르 다룬 책이다. 박동해라고 하는 ‘악인’ 이 등장하지만 극히 분량은 제한적이며 ‘7년의 밤’ ‘종의 기원’과는 달리 악의 농도가 짙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오는 인간의 본성

인간의 본성은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때 나온다고 믿고 있었다. 이는 군대시절에서도 느꼈던 점이다. 아무리 일상생활에서 선임 또는 동기가 친절하고 성격 좋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극도의 피곤함과 긴장감으로 그냥 이 상태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 사람의 성격이 나오게 된다. 그런 사례도 많이 봤었고. 그래서 이 소설을 보면서 죽음앞에서 나의 생존 또는 가족의 생존을 위해 어떤 행위도 서슴치 않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본래 악하다라는 성악설이 성선설을 가뿐히 누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그 상황이 막상 닥치면 누가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인간이 악한 건 나쁜게 아닐 지도 모른다.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해왔던 본질적인 방법,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링고 그리고 스타

사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개’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이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간과 똑같이 생각할까? 예쁨 받고 버려지고 주워지는 과정 속에서 이들은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을까 항상 궁금했었다. 그런 질문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답변을 준 책이 바로 ’28’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링고와 스타라는 늑대개가 나온다. (물론 쿠키라는 개도 있지만) 링고와 스타는 서로를 사랑한다. 개들의 사랑. 그 사랑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인간이 하는 사랑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사랑이었다. 특히나 링고는 남자가 봐도 참 멋있는 녀석이었다. 상남자 중에 상남자 스타일. 악의 연대기 중 유일하게 로맨스가 있는 책, ’28’ 이었다.

정유정 작가의 책 3권을 읽으면서 이런 상황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구나! 행동 하나 말 하나르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구나!를 참 많이 배운 책이다. 상상력과 어휘력, 풍부한 문장, 상황에 대한 감각적인 묘사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런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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