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을 읽고 난 뒤 정유정 작가의 책을 또 읽어보고 싶었다. 인간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사건을 이끌어나가는 강한 힘에 크게 매료되었다. 그래서 종의 기원 전의 정유정 작가 베스트 셀러 ‘7년의 밤’을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다. 이야기 초반에는 그다지 집중을 하지 못했다. 종의 기원의 경우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내면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만큼 이해하기 쉬웠다. 하지만 7년의 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어서 처음에는 낯설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간의 의심과 의혹이 시작되면서 책에 강열하게 빠져들게 되었다. 최현수, 안승환, 오영제, 강은주, 최서원 이 5명의 인물의 생각을 모두 들여다봄으로써 참 사람의 심리라는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행동을 상대방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있는구나! 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에 대해 관찰하고 알아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설이 참 큰 도움이 된다. 사실 내가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가식적이거나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인간’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 그 본질과 실체를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서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런 가정환경으로 인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는지,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가치관이 바뀌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 이 작품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악인’에 대한 것이었다. 종의 기원도 그렇고 7년의 밤도 보면 범죄를 저지른 ‘악인’의 모습이 나온다. 종의 기원에서는 ‘유진’ 그랬고 7년의 밤에서는 ‘현수’가 그러하다. 두 주인공 모두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살인을 저지르게 된 배경, 이후 과정들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통해서 인간이 어쩌면 본질적으로 ‘악인’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분노를 느끼고, 그 분노가 어떤 ‘결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느껴지는 감정은 똑같은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저 사람이 미치도록 싫다. 라는 감정은 인간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행동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 선을 넘느냐 마느냐에 따라 실체 있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인지 아닌지 만을 구분할 따름이다.

정유정 작가의 책을 연달아 보면서 느꼈던 점은 ‘공간’ 설정이 독특하다는 점이다. 7년의 밤에서는 ‘세령호”세령댐’ ‘수목원”축사’ 등 일반적으로 소설에서 등장하지 않는 공간을 주로 선택했다. 세령호 아래 가라 앉은 마을, 과거에는 축사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허름한 폐건물에 지나지 않는 축사 등 다소 판타지스러운 장소들이 등장한다. 이런 공간에서 이런 이야기들일 펼쳐질 수 있구나! 를 느꼈던 포인트들이다.  종의 기원에서는 오로지 공간이 ‘집’이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상황들과 이야기, 생각들이 오갈 수 있구나! 를 느꼈었다. 생각치 못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자연스러운 이야기, 흔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비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돋보였다.

이후 소설로는 정유정 작가의 ’28’을 읽어볼 생각이다. 이로써 정유정 작가의 ‘악인’을 다룬 3개 작품을 모두 읽어보게 된다. 얼마나 28에서는 악인을 악랄하게 다루고 있을지 이제는 심지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