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들렀다가 이번 달에 읽을 책으로 골라본 책 ‘만약은 없다’. 글 쓰는 의사로 유명한 남궁인 교수님의 에세이 책. 최근 들어 에세이를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서점에서 눈에 띈 책이다. 의사이면서, 그것도 죽음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게다가 글로 삶과 죽음을 주제로 다룬 다는 점에서 혹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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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다루는 직업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응급실에서, 생과 사를 오고 가는 심각한 환자들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티면서, 항상 옳은 판단을 해야 하는 일. 그게 이 책 저자가 하는 일이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특수성을 가졌고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만 저자에게 죽음은 일상인 셈이다. 그 괴리에서 오는 고통이 책에 잘 묻어나 있다.

이 세상에 안 중요한 일은 없다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가지는 책임감과 무게는 다른 직업에 비해 보다 더 무겁고 신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무게를 항상 감당하면서, 살리는 판단을 하기 위해 매시 매분 흐트러지지 않는 판단력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소모적인 일이다. 다시 한번, 의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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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참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을 스스로 마감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했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삶의 의지를 충전하고 나간 것처럼 보였지만 몇 시간 내에 시체가 되어 돌아온 환자 이야기, 암 말기 환자가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스스로 하는 마지막 일을 ‘병원으로 운전해서 가기’로 정했지만 운전 중 심각한 고통으로 인해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는 차에 돌진했고 그 차량 운전자가 숨지게 된 이야기. 그리고 이 때 과연 삶의 마지막에서 하고 싶은 마지막 시도를 하겠다는 암 말기 환자에게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지, 마주오던 차량의 운전자의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큼 하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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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인 저자의 글을 보면서 필력에 감탄했다. 그의 글 하나 하나마다 감성과 느낌이 묻어났다. 저자가 슬플 때는 나도 슬픔을 느꼈고, 재미를 느낄 때는 나도 재미를 같이 느꼈다. 그리고 묘사와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묘사와 관찰력은 얼마나 수사를 붙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행복해보였다. 표현이 그는 그제서야 잠시의 안도감을 느꼈고, 긴장으로 인해 오랫동안 굳어버렸던 그의 표정에 드디어 미소가 엿보였다. 표현으로 바뀔 수 있는게 묘사와 관찰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에게는 확실히 그 힘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글을 써보고 싶었다. 이런 느낌은 <보통의 존재> 라는 에세이를 읽고 난 뒤의 느낌과 같다. 그 때도 그랬다. 나도 나의 에피소드들을 에세이식으로 기록해둬야지.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나도 짧은 에세이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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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저자가 얼마 전 2번째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지독한 하루> 라는 책. 전자책으로 출간알림 신청을 해두었다. 전자책으로 출간되면 바로 읽어볼 생각이다. 그의 필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으니까. (근데, 기대가 높으면 또 그만큼 실망이 크려나) 안그래도 남궁인 저자의 페이스북을 팔로우했는데 포스팅 중 후속작품에 대해 얼마나 그가 고뇌했는지가 잘 드러난 포스팅이 있었다. (창작의 고통 윽…)

아! 그리고 남궁인 저자의 페이스북을 보면 가끔 짧은 에세이를 올려주시는데, 그 또한 재미있다. 최근에 본 것 중에 기억에 남는 포스팅은 여자친구가 처음으로 저자의 집으로 오는 내용이었는데 처음부터 혹 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러브 스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