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이 지방이다보니 고속버스를 이용할 때가 많습니다. KTX나 일반 기차보다도 저렴하게, 그러면서도 빠르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차멀미가 없는 저로서는 내 집인마냥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어 가장 애정하고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물론, 가끔 뜻하지 않는 이슈로 인해(ex.차가 막히거나, 교통 사고로 인해 정체되거나 등) 도착 시간에 차질이 생길 때도 있지만 말이죠.

평소와 동일하게 버스를 타고 고향집을 내려가던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고속버스를 고를 때는 브랜드를 보지 않고
시간만 고려해서 선택하지?”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모든 고속버스 회사가 ‘거기서 거기’ 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 요인으로는 오직 ‘출발 시간’만 고려됩니다. 생각해보면, 버스 예매를 한 뒤 어떤 고속 버스 회사를 선택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직 출발시간만 기억하고 마는거죠. 또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도착한 이후로도 어떤 브랜드의 버스에 탑승했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 많은 브랜드를 만나고 소비와 사용이라는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브랜드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치열합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땐) 고속버스 시장은 예외입니다.

사실상 고속 버스 시장은 몇 십년 전과 비교해봐도 크게 달라진 서비스 경험은 없습니다. 정확한 시간에 출발해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승객을 모시고 가면 된다는 기본적인 서비스 경험만이 몇 십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속 버스 회사 브랜드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추가적인 서비스 경험 가치는 무한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별화 된 경쟁력으로 ‘혁신적인 고속 버스 브랜드’가 될 수 있지만 ‘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대 광역시의 경우는 고속 버스 배차 간격이 보통 10분에서 15분입니다. 만약 B사가 다른 버스 회사보다 확실히 차별화되는 서비스 포인트가 있다면 8시 A사 버스를 예매하려다가도 8시 10분 B사 버스를 예매하지 않을까요? 고향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출발 시간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이 고속 버스 브랜드를 예매할텐데…”

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아이디어1)
나의 도착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버스의 현재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저는 매번 고속 버스를 탄 뒤, 중간 지점 이후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전화 또는 문자를 받습니다. 거의 100% “어디쯤 왔니?” 아님 “언제쯤 도착할 것 같니?” 입니다. 문제는, 이런 연락을 받는 건 저 뿐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착이 가까워질 수록 “XX 쯤이야” 또는 “XX쯤에 도착할 것 같아” 라고 대답하는 전화 소리가 많이 들려옵니다. 문자로 나누는 경우는 훨씬 더 많을겁니다.

만약 예매를 하면서 출발/도착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전화번호를 추가적으로 입력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그 전화번호를 통해 버스가 출발했음을 문자로 알려주고, 문자 내에 있는 링크를 통해 현재 버스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지도로 보여주고(실시간), 언제쯤 도착 예정인지를 ‘목적지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알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인거죠. 그렇게 되면,

“출발했냐?”
“어디쯤이냐?”
“언제 도착하냐?”

와 같이 목적지에 있는 사람이 보통 하는 ‘3개의 질문’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현재 고속버스 모바일 앱을 통해서는 남은 거리와 도착시간을 공유할 수 있지만 탑승자가 계속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공유해야 해서 불편함이 따른다. (출처 : https://lh5.ggpht.com/)

아이디어2)
버스 안에서 운전 기사님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

버스 안에서 운전 기사님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경우가 간혹 생깁니다. 용무가 급해서 가까운 휴게소에 급히 들러야 할 때, 버스 안이 덥거나 추울 때 온도 조절을 요청 드려야 할 때 등이 그렇습니다. 이 경우 승객들은 운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안전띠를 풀고 위험하게 운전석으로 걸어갑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겠지만, 사고라도 발생하게 될 경우 이 승객의 안전은 안전띠를 매고 자리에 앉아있을 때보다 많이 위험할 것입니다.

버스 운전 기사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전 중에 갑작스럽게 다가와 승객이 말을 걸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까하여 승객이 다가와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기사님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럴 때, 만약 모바일앱을 통해서 지금 탑승하고 있는 기사님께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있으면 어떨까요? 물론 운전 중에 휴대폰을 보는 것은 위험하니 운행 중에 수신한 승객의 메시지는 TTS(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소리로 메시지 읽어주는 기능’을 활용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탑승 승객으로부터 1건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운전 중에 죄송합니다. 화장실이 급해서 그러는데,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주실 수 있을까요?”

또는

탑승 승객으로부터 1건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버스 뒤쪽이 많이 덥습니다.
히터를 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 같이 말이죠. 또 버스 운전 기사님과 커뮤니케이션은 휴게소에 정차했을 때도 가능합니다. 특별한 이유로 불가피하게 휴식 시간이 더 필요할 경우 운전 기사님께 연락 드릴 수 있죠. 현재는 기사님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아무런 툴이 없기 때문에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기사님께서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남은 승객이 올 때까지는 무작정 기다리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아이디어3)
지역을 넘나드는 고속버스를
당일 퀵 배송으로 더 적극적 활용

고속버스를 활용한 물품 배송은 현재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짐을 부치면 해당 시간의 버스가 출발할 때 직원이 화물칸에 물품을 싣습니다. 버스가 도착하고 나서는, 도착지에 있는 수령자가 픽업을 해서 가져갑니다.

사실 이렇게 당일 퀵배송이 되는 건 ‘엄청난’ 서비스입니다. 일반적인 택배 배송은 1-2일 정도가 소요되며 퀵 발송의 경우에는 거리와 배송 무게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다르지만 서울-부산의 경우는 최소 25만원 이상입니다. 하지만 고속버스를 활용하면 서울-부산이 5-7만원선이죠. 1/5 가격으로 당일 퀵 배송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받는 분이 도착 고속버스 터미널에 나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죠.

하지만, 이런 ‘엄청난’ 서비스를 고속버스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터미널로 오는 고객’만 받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배송 물품을 픽업해주는 서비스를 고속버스 회사에서 해보면 어떨까요? 보내는 사람은 소액의 픽업수수료를 지불하고 픽업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고속버스 회사에서 물품을 픽업해가는거죠. 그리곤 터미널로 돌아와 고속버스에 싣는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승객 탑승으로 인한 수익뿐만 아니라 화물 배송을 통한 부가적인 수입을 훨씬 더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디어4)
고속버스 기사님의 서비스에
피드백 할 수 있는 기능 추가

서비스에서 사용자 피드백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차마 대면 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불편한 점들을 서비스 공급자는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표면화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ex.드라이버)의 서비스 퀄리티를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고속버스의 경우, 기사님에 대한 피드백 제공이 어렵습니다. 피드백을 전달할 만한 ‘창구’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택시 이후 드라이버에 대해 탑승객이 평가를 하는 것처럼 고속버스 기사님에 대한 서비스 평가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운전 기사님의 서비스 향상과 안전 운전을 유도할 수 있고 혹시나 모를 사고에 미리 회사 측이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폭하게 운전을 한다던지,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던지 중요한 ‘시그널’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회사와 운전 기사님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지금은 너무 많습니다.

▲ 카카오택시의 경우 운행종료 이후 기사님에 대한 평가를 통해 피드백을 전달 할 수 있다. (출처 : http://cfile3.uf.tistory.com/)

아이디어5)
고속버스 회사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 갖게 하기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고속버스 회사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를 가지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도착지까지 잘만 가 주면 된다고 많은 소비자들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속버스 회사가 브랜드 충성도를 갖겠다는 시도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멤버십 제도를 통해서 해당 브랜드의 고속버스 이용 시 쿠폰을 찍어주거나 지금까지 어느 지역을 방문했었는지를 지도로 잘 보여준다든가 하는 ‘새로운 경험’ 제공 시도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 일회성의 고객이 아니라 계속 연결의 끈을 가져갈 수 있는 장치들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잘 하고 있는 브랜드에 ‘혁신’을 강요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난 10년동안 이용해본 고속버스 회사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충분히 변화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외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객 중심’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줄 수 있는 고속버스 회사 브랜드가 등장해 ‘고속버스계 애플’ 라벨이 붙을 수 있는 회사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 헤더에 있는 사진은 해당 포스팅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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