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건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곳에 가면 왠지 있을 것 같은 경험, 그리고 그 곳에서 역시나 물건을 구매하게 된 경험. 그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유통업 오프라인은 점점 양극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안목과 컨셉의 힘으로 브로드한 타겟이 아닌 특정 타겟을 소비자로 삼고 있는 유통업(ex. 독립서점 / 유기농 채소 가게 등)이 있는가 하면 남녀노소 모두의 구매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유통업이 있습니다. 일명 ‘웬만한 건 다 있는 곳’ 입니다.

예전부터 동네에 하나씩은 꼭 있었던 ‘만물상’이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좁은 가게라도 없는 게 없는 곳이 바로 만물상이었습니다. 만물상 주인은 신기하게도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복잡해 보이는 가게 내에서 잘 찾아 건네줍니다. 만물상에서 깔끔하고 보기 좋게 상품을 진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거의 모든 손님이 매장 속에서 직접 물건을 찾지 않고 주인에게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혹시 있을까?”라는 생각이 “역시 있구나!”로 바뀌면서 손님들이 “이 곳은 웬만한 것은 다 있는 곳” 이라는 구매 경험을 가지게 됩니다. 이 생각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시 만물상을 찾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판매처를 정확히 모르는 물건을 구매하고 싶을 때 ‘만물상에는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별고민 없이 만물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물건을 득템하게 되는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웬만한 것은 이 곳에 다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런 만물상 모델은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편의점이죠. 편의점은 간단한 먹거리부터 사무용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품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록 재고는 적어도, 판매하는 물건 품목이 많을수록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편의점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SKU(Stock Keeping Unit/상품가지수)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은 보통 20평 기준 1,500가지에서 30평 대형 매장의 경우 3,000가지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만물상과 크게 다를바가 없습니다. 편의점은 이런 상품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찾던 물건을 지속적으로 발견하는 경험을 반복 제공합니다. 또한 고객이 평상시에 물건을 탐색할 때도 “이런 물건도 있네?” 라는 생각을 할수 있도록 합니다. 이 모든 고객 구매 경험은 편의점을 또 찾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웬만한 건 다 있으니, 이번에도 그 곳에 가면 있겠지! 생각을 고객들이 하는 것이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 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업체 다이소도 이와 비슷한 만물상 비즈니스입니다. 다이소는 주방·미용·인테리어·문구 등 총 20여개 카테고리의 총 3만2000여가지 상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평균 140평대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다이소는 SKU가 1개 매장 당 무려 2만개에 달합니다. 대형 편의점보다도 7배 가까이 많은 물품이 다이소에 있는 꼴입니다. 또한 매달 입고되는 신상품 수는 600개에 달합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필요 물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이소는 이처럼 많은 품목과 소비 트렌드에 맞는 신상품을 보유하면서 웬만한 것은 이곳에 다 있음을 소비자로 하여금 강하게 경험시킵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는 “다이소에 가면 마스크가 있겠지” 라며 당연하듯이 다이소를 찾게 되고 소비자는 ‘당연하게도’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발견하게 됩니다. 요즘 같이 봄 날씨가 이어지며 소풍을 계획하고 있을 때는 “다이소에 가면 소풍용 돗자리가 있겠지” 라며 자연스럽게 생각을 떠올리게 되며 다이소를 찾고 또 구매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구매 경험이 쌓이다보면 어디서 판매하는지 모르는 ‘애매한 상품들’을 구매하고 싶을 때 다이소를 가장 먼저 찾게 됩니다. 그리고 가전기기, 가구, 자동차 등 소비자 판매가격이 큰 재화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잘한 것들의 매출이 모여 소비자로 하여금 큰 지출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실제로 다이소 고객은 1회 방문시 평균 5.5개의 상품을 구매하며 객단가는 6,500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몇 년에 1번 방문해서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제한없이 최대한 다양한 소비자가 방문해서 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번화가에 있는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같은 대형서점도 비슷합니다. “웬만한 책은 이 곳에 다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특정 책을 구매하고 싶을 땐 고민 없이 대형서점을 찾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개인서점이나 독립서점을 찾지 않습니다. 제가 구매하고 싶은 책이 독립서점에는 없을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대형 서점에는 책이 너무 쓸데없이 많아!” 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그들의 생존 전략입니다. “이 책은 여기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책이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자주 된다면 서점을 더이상 방문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기에 구매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최대한의 탐색,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개인서점, 독립서점도 중요하지만 어느 누가 방문해도 책을 구매할 수 있게큼 해주는 만물상 비즈니스가 서점업에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매할 수 있다는 예측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이 꼭 필요한 셈이죠.

많은 분들이 편의점, 다이소, 대형서점과 같이 만물상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있는 업을 두고 개성이 없다, 잡다한 게 많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 예측이 가능하고 어디에서 구매할지 고민하는 구매 전 탐색의 과정을 절실히 줄여줄 수 있는, 사회에 꼭 필요한 비즈니스가 만물상 비즈니스입니다. 있을 때는 잘 몰라도, 없으면 매우 허전 할 비즈니스이기도 하죠. 앞으로는 개성 없다고, 물건만 많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꼭 필요한 비즈니스로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CASE STUDY] (11) ‘한국형 저가숍’의 선구자 다이소 | “뭐든 다 있소” 불황기 가성비 전략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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